정찰풍선 사태에 미·중 관계 ‘냉각’ 불가피… 중·러 결속 조짐도
중국 정찰풍선 사태는 가뜩이나 최악인 미중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등 모처럼 마련되는 듯했던 미·중 간 긴장 완화 계기도 물거품이 됐다.
당초 5~6일로 예정됐던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11월 어렵게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몇 안 되는 결과물이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낸시 펠로시 전 미 연방 하원의장의 지난해 8월 대만 방문 이후 중국에 의해 단절됐던 당국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됐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보낸 정찰풍선이 일주일 동안 미 본토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결국 미국 외교사령탑의 방중은 무기한 연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사건은 중국이 ‘민간 기상관측 비행선’이라고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미중 관계가 냉전과 같은 경쟁 상태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연방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내에서는 반중 여론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공언해 왔고,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 설치된 ‘중국 특위’ 마이클 갤라거 위원장은 의회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찾아 청문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중국 정찰풍선으로 인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일 산케이신문은 미국이 중국과의 미사일 전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 열도에서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가상의 선인 ‘제1열도선’에 극초음속 미사일(LRHW)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의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치 장소로는 일본 규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987년 당시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폐기했지만 중국은 일본 열도를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약 1900발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아베 신조 정권 말기인 3∼4년 전부터 중거리 미사일의 일본 배치를 타진해 왔으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중국도 미국에 ‘강대강’으로 대응할 태세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이번 비행선이 민간용이며, 미국에 진입한 것은 불가항력적이고 우발적인 상황임을 거듭 통보한 바 있다”며 “민간 무인비행선을 공격한 미국의 무력 사용에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 국방부 대변인이 앞서 문제의 풍선에 대해 군사적·신변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한 사실을 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력을 동원한 것은 명백한 과잉 반응이며, 국제 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풍선 논란이 발생한 뒤인 지난 4일에는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외교차관)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관계의 강화를 강조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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