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토지거래허가제 완화요? 그거 `양날의 칼`입니다

이미연 2023. 2.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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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일대 전경. 사진 이미연 기자
여의도 한 단지 외벽에 재건축 수주 관련 건설사들의 플랫카드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 이미연 기자

"토지거래 허가제 완화 기대요? 그보단 매수는 커녕 전세도 문의 자체가 끊긴지 너무 오래예요. 지금도 아무도 없는 거 보이시죠?"(여의도 A 공인중개사)

안녕하십니까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이번 [발로 뛰는 부동산]의 주인공은 '섬'인데요, 제 발걸음을 여의도로 이끈 것은 '토지거래 허가제'입니다.(…실은 업무차 여의도 간 김에 알아보고 왔습니다.)

얼마 전 "문의가 늘어나며 여의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따끈한 소식을 듣게됐습니다. 아 드디어(?)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과 정비사업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힘을 발휘하는 걸까요.

두근두근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일단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대책 발표 후 신고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1월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가…9건인데 그나마 1건이 취소됐으니 8건이네요. 흠 이게 많을 걸까요.

혹시나 싶어 2022년 4분기를 열었습니다. 오! 작년 10~12월 여의도동 거래는 총 6건뿐입니다. 한달 평균 2건 거래였는데, 올해는 1월에만 8건이 신고됐으니 일단 늘었다고는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1월의 매매거래 8건은 직거래가 아닌 모두 중개거래로 표시됐습니다. 가장 최근 거래 건을 보니 지난 1월 28일 한양아파트 전용 192㎡(7층)가 28억원에 손바뀜됐네요. 이 평형대에서의 가장 마지막 거래는 2020년 12월(24억 1500만원, 3층)이라 비교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최근 하락세와는 정반대 행보라는 예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단지는 최근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한 덕에 오랜만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대도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직전 거래는 1월 26일 시범아파트 전용 79㎡(4층)으로 16억원에 팔렸고, 같은 평형대의 8층 물건은 같은 달 9일 15억원에 손바뀜이 일어나 가격이 살짝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 역시! 시범아파트도 작년 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곳이네요.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대형건설사들이 사전 홍보전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고작 매매 2~3건으로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니 시장 상황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아무래도 여의도는 '토지거래 허가제'(토허제)로 묶여있어 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토허제란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서울시가 여의도를 비롯해 압구정·목동 아파트지구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인 것은 지난 2021년 4월부터입니다. 이 지역들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정비사업 기대감으로 지정 당시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던 곳들입니다. 애초 지난 2022년 4월 26일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시는 재지정을 통해 올해 4월 26일까지 1년 더 연장시켜 아직도 묶어놓고 있습니다.

'토허제고 뭐고 매매의지가 있다면 거래 허가 받고 사면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실 분이 계실 듯합니다. 여기서 토허제가 매매 수요를 주춤하게 만드는 진정한 파워(?)가 나옵니다. 토허제 구역에서 주거용 토지 매입 시에는 2년간 실거주를 해야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때문인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바로 '전세를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집을 사자마자 입주해서 2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이 토허제 구역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이렇게 매매수요가 붙기 어려운 구조라 토허제에 묶인 지역들은 1.3 대책에도 그리 표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현장 목소리 전해드립니다.

"요샌 문의 자체가 없다"고 운을 뗀 한 여의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정말 급한 급매나 급급매는 작년 연말 쯤 다 빠진 것 같다. 재건축 기대감때문에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릴 생각을 안하고, 가끔 오는 문의는 호가보다 더 낮은 수준을 찾기 때문에 매매가 이뤄질 수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하시네요.

이어 "우리(공인중개사들)가 '문의가 많이 온다'라고 얘기해주면 기사보고 문의가 반짝 늘어날 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사실대로 말해주는 거다"라고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다른 단지의 C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두 분 중 한분께서 시장 상황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토허제가 이번에는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만약 해제된다면 정비사업 기대감 반영되면서 다시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 그러면 해제 부작용이라며 재지정될 가능성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셨습니다.

D공인중개사 대표께서는 약간 다른 차원에서 '토허제 해제'가 되려 지역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계셨습니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이 떨어졌고, 또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에 방점을 찍어준 거나 다름없다"며 "토허제 해제는 '양날의 칼'이다. 가격이 더 떨어질거라는데 누가 와서 집을 사겠느냐. 부동산 한파는 당분간 꽤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시네요.

E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여의도 전세시장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매는 물건도 별로 없지만, 최근 더 큰 문제는 역전세난"이라며 "전세가격도 떨어지면서 세입자를 구할 수가 없자 작년에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잡기 위해 보증금을 되려 돌려주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1억원을 돌려준 집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여의도에서는 아직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 합니다. 절기상 입춘은 이미 지났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입춘(入春)은 언제쯤 올까요.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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