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마저 애절한 음악 감성과 연륜 녹아든 무대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2. 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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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콘서트 연 가수 거미
남편 배우 조정석과 듀엣도

가수 거미는 막이 내린 후 쉬이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수없이 선 무대인데도, 관객들이 떠나가는데도 그 위에 한동안 서서 남은 관객과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었다. 공연 끝에 띄운 자필 편지대로 '오랜 시간 제 음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꾹꾹 담은 인사였다.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거미의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비 오리진'(Be Origin)의 피날레 공연에선 지난 시간 쌓아올린 거미의 테크닉과 연륜,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숨소리까지 애절한 음악으로 만들고, 노래가 끝나면 애교 섞인 재치 있는 입담을 발휘하는 이 베테랑 가수는 3시간20분이란 긴 시간 내내 관객을 빈틈없이 몰입시켰다.

첫 곡은 그의 데뷔곡인 '그대 돌아오면'. 물속에서 피아노를 치던 인상적인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구현한 미디어 아트가 무대 앞뒤로 설치된 6개의 대형 전광판을 가득 채웠다. 그 위로 거미와 20여 명의 오케스트라·밴드 세션이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거미는 "제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을 위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 대표곡 위주로, 발표 순서대로 공연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여러분과 같이 늙어 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농담에 관객들은 감동에 젖어 들기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004년 곡 '기억상실'의 후렴구 '보이지 않아 아직도', 2005년 곡 '어른아이'의 첫 소절 '착한 아이처럼' 등 메가 히트곡에선 여지없이 떼창이 터져나왔다.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눈꽃' '그대라서' '죽어도 사랑해' 등 절절한 발라드 메들리에선 관객들도 숨을 죽였다. 가수 데뷔 전 피아니스트를 꿈꿨다는 거미는 곡 '미안해요' '너의 하루는 좀 어때' 등은 솔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소화했다. 리스트에 없었던 곡 중 관객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 제목을 외치면 즉석에서 무반주로 들려주기도 했다. 수많은 명곡이 있었던 만큼 신청곡은 '통증' '날 그만 잊어' '인연' 등 10곡 남짓 이어졌다. 거미는 경쾌한 아이돌 댄스곡 '리무진' '으르렁' '거짓말' '하트브레이커'를 편곡해 직접 랩을 하며 무대를 휘어잡는 특별 무대도 꾸몄다.

2018년 배우 조정석과 결혼하고 슬하에 세 살 딸을 두고 있어 자연스레 가족도 자주 언급됐다. 조정석과 함께 깜짝 듀엣곡 '스페셜 러브'도 선보였다. 조정석은 양일간 열린 이번 공연에서 4일엔 비대면 영상으로, 5일엔 직접 무대 위에 출연했다. 거미는 "집에선 자주 노래를 부르는데 여러분께는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부부 듀엣을 선보였다"며 "음원 도전 한번 할까요? 남편님은 많이 원하고 계시거든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 관객은 "정석이 형 좋겠다"며 거미를 치켜세웠고, 또 어떤 관객은 거미를 향해 "아가씨 같아요"라는 이색 찬사를 던졌다. 거미는 관객이 소리치는 말들 하나하나에 반응해주고, 사전에 받은 사연으로 꾸민 토크 코너에선 팬을 무대로 불러 함께 사진을 찍거나 듀엣 무대를 꾸미는 등 색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거미는 지난해 11월 천안을 시작으로 이번 피날레 공연까지 총 9개 도시 14회 차 공연을 통해 2만여 관객과 만났다. 거미는 "이별 노래를 특히 많이 불렀지만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며 "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말로는 표현 못하는 가슴속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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