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리스크투성이' 세계 … 위험평가 전문기관 육성 시급하다

2023. 2. 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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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위험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고, 사회적 교류가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됐다. 비대면 업무 환경이 확산되고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사이버 범죄나 해킹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했고, 지구촌 곳곳에서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이 관찰되면서 기후변화 위험이 정치·사회적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베크는 1986년 발간한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에서 위험이 인간사회의 중심 현상으로 자리 잡는 사회를 논했는데, 정확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사회를 비추는 듯하다.

현 사회에서 위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꼽자면 단연 역학적 성질(dynamics)이다. 소위 위험의 환경(risk landscape)이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하며, 위험에 노출된 대상 간 상호 연결성이 매우 높다. 사이버 공간상에서 위험 환경이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네트워크 환경 내 상호 연결된 디지털 디바이스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상호 연결성은 잠재적 사이버 위험에 대한 노출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탄소를 배출하는 인간 활동의 결과가 기후환경 변화로 이어지고, 각종 자연재해의 빈도와 심도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한층 복잡해지는 환경 속에서 산업군 전반에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실현가능한 방안은 위험평가 전문기관 육성이다. 신종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기후환경이나 네트워크 환경을 이해하고 위험요인을 분석할 수 있는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기관이 있다면 고도화된 분석 결과와 맞춤형 위험관리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위험평가 기관은 기업이 비용 효율적이고 선제적으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FM 글로벌, 베리스크(Verisk), RMS처럼 영리화된 위험평가 전문기관이 이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자연재해나 사이버 해킹과 같은 위험을 평가하는 모형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함으로써 제반 산업의 위험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화재보험협회와 같은 위험평가 기관이 특수건물 대상의 화재 위험 평가 등 역할을 하고 있으나, 평가 대상 위험 범위가 제한적이며 기관의 성장동력을 제고할 수 있는 재정 확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첨단기술 기반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평가 전문기관과 관련 시장을 육성함으로써 국가 전반의 위험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험관리는 기업에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국가 차원에서 경제 상황 관리 및 국민 복지 증진 등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앞선 노력은 결국 산업 및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정광민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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