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건물서 사람 찾고, 빗속에서 길안내 척척
레이더가 활용되는 분야는 국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찾는 레이더를 개발했다. 화재가 일어난 건물 내부에서는 연기와 화염 등으로 시야가 제한되고, 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과 소방관 사이 벽이라도 있다면 눈으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레이더가 대상을 찾는 데 사용하는 전파는 벽을 투과할 수 있다. 집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있어도 와이파이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ETRI가 개발한 레이더는 재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를 줄이고, 한정된 예산으로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벽 너머 물체를 감지하더라도 사람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구조용 레이더'를 사용하면 가까운 거리에서는 실제로 보지 않더라도 물체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손이나 발을 흔들지 않더라도 사람이 호흡을 하면 갈비뼈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움직임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몸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미세한 움직임도 관측할 수 있다. 전파는 벽뿐 아니라 사람 몸도 투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레이더를 개발하는 데 핵심은 반도체다. 박경환 ETRI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장은 "과거에도 지진이나 산사태가 났을 때 묻혀 있는 사람을 찾는 레이더는 있었지만, 크기가 커 현장에서 활용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량에서도 레이더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주위 환경을 인식한 뒤 알맞은 행동을 파악한다. 현재 주위 환경을 인식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두 가지로, 주위를 촬영해 이미지를 얻는 '카메라'와 레이저를 통해 사물을 확인하는 '라이다(LIDAR)'다. 그러나 이 두 기기는 모두 빛을 활용해 주위를 파악한다. 짙은 안개가 끼거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비가 내리면 자율주행차도 주위 환경을 보는 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레이더는 물 등을 투과할 수 있는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레이더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레이더는 대상의 가로와 세로, 그리고 속도만 측정이 가능했다. 평면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여기에 높이까지 측정할 수 있는 '4D레이더'가 개발되며 레이더의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4D레이더를 이용한 자율주행차량용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공승현 KAIST 교수는 "레이더가 높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 많은 것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가령 자동차라면 차선에 따라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등 예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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