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 표적 동시에 훑는다 … 육해공 누비는 '국가의 눈'

정희영 기자(giraffe@mk.co.kr) 2023. 2.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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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핵심 레이더의 세계

지난해 말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국방부는 무인기에 대응하는 합동드론사령부를 조기 창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무인기를 조기에 확인하지 못한 원인으로 레이더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더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기에 이 같은 지적이 나올까.

레이더는 '국가의 눈'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에서 공중을 확인하는 레이더뿐 아니라 전투기에 탑재돼 상대 전투기의 위치 등을 확인하고, 위성에서 구름 아래를 탐지한다. 지표면을 투과해 지뢰를 찾는 역할도 한다.

박혁 한화시스템 감시정찰사업부문장은 "효과적으로 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감시·정찰·탐지·추적이 중요하다"며 "카메라나 적외선 장비와 비교했을 때 레이더는 밤낮과 날씨를 가리지 않아 국방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전했다.

레이더의 원리는 간단하다. 특정 범위로 전파를 쏘면 전파는 대상에 부딪힌 뒤 다시 되돌아온다. 돌아온 전파를 통해 대상의 위치와 형태 등을 파악한다. 국방 분야에 사용되는 레이더는 출력을 높여 레이더의 탐지 폭을 넓히지만, 도심에서 사용되는 레이더는 출력이 제한돼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을 탐지하게 된다.

특히 전투기에 탑재되는 레이더는 '레이더 기술의 집약체'다. 최근에는 전투기에 탑재되는 레이더 중에서도 첨단기술로 손꼽히는 능동전자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 국산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000여 개의 모듈을 사용해 과거 레이더에 비해 시야를 크게 넓힌 것이 특징이다.

임종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사람은 왼쪽을 보려면 목을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을 보려면 목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기존 레이더도 이렇게 움직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사 레이더와 기존 레이더의 가장 큰 차이는 시야"라며 "1000개가 넘는 모듈이 다중 각도를 봐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부품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쏘는 전파를 만들고 대상에 맞은 뒤 돌아오는 신호를 디지털화한 뒤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대상이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레이더의 송신부에는 고출력 증폭기가 들어간다. 신호가 들어오면 이를 증폭시켜 안테나를 통해 내보내는 역할이다. 수신부에는 반대로 잡음을 억제하는 LNA(Low Noise Amplifier)가 들어간다. 그리고 송수신 신호를 분리하는 스위치가 있다.

ETRI는 레이더용 단일칩 국산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세 가지 칩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생산체제까지 갖춘 것이다.

임 책임연구원은 "반도체가 국방 레이더 국산화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 기술은 있어도 이걸 실제로 만드는 시설이 없었는데, 이번에 ETRI에서 자체 설계에 더해 제작까지 한 것"이라며 "아직 신뢰성과 수율을 높이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전파를 사용해 상대방을 탐지하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역추적을 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에이사 레이더의 특징이다. 기존 레이더는 단일한 발생기가 내는 전파를 각각의 송신기로 내보내는 형태로, 상대방이 하나의 주파수만 역추적하면 됐다.

반면 에이사 레이더의 경우 1000여 개 모듈이 각각 여러 전파를 송신해 상대방의 역추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전파를 이용한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박 부문장은 "에이사 레이더는 안테나를 고정한 상태로 레이더 빔의 각도를 조정해 동시에 여러 표적에 빔을 쏜다. 기계식 레이더와 비교했을 때 빔을 쐈는지 노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투기용 레이더는 곡면으로 이뤄진 기체의 표면에도 부착할 수 있게 개발될 전망이다. 현재 레이더는 전투기의 앞에 부착되지만 측면과 후방에 모두 부착하면 전투기의 360도 방면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레이더가 첨단화되고 있는데 정작 대한민국 영토 내에 들어온 북한 무인기를 조기에 탐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파를 쏘고 반사파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레이더의 원리 때문이다. 소형 무인기와 새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도심지에서는 레이더의 출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된 에이사 레이더. 【연합뉴스】

다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무인기의 경우 본체에 프로펠러가 붙어 있고, 이 프로펠러가 돌며 비행한다. 반면 새는 날갯짓을 통해 날아갈 동력을 얻는다. 전파를 통해 받는 신호를 분석하면 레이더에 포착된 대상이 어느 형태로 비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새와 무인기의 비행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공항공사는 이러한 구조의 도심형 드론탐지 레이더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박성욱 KAIST 교수는 "레이더 자체의 성능보다는 신호 처리가 중요하다"며 "도심지에서는 출력이 제한돼 약 반경 3.5㎞를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레이더는 제주공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전력의 국가주요 시설에도 설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하나의 강력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보다 기지국을 세우듯 여러 레이더로 빈틈없이 탐지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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