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지 넘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변신
"사무실에서 A4 용지 수요가 사라진다고 해서 종이의 쓸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에 국내 1위 제지기업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한철규 한솔제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비닐 등 화학 소재의 대체재로 종이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며 "전통 제지회사로서 리더십을 지켜나가면서 더 나아가 글로벌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인쇄지 등 종이 수요가 감소하는 데 대한 해법을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과감히 변신해 찾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1986년 한솔제지 전신인 전주제지에 입사한 이후 줄곧 한 회사에 몸담아 온 '한솔맨'이다. 커리어 내내 주요 요직에 몸담으며 꽃길을 걸었던 한 대표는 정작 대표 취임 이후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쇄 용지 소비가 급감했고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며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종이를 기반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면서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가 개발한 나노셀룰로오스 브랜드 '듀라클(Duracle)'은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친수성·생분해성이 특징이다. 듀라클은 각종 공해를 유발하는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란 나무 조직 내 섬유소(셀룰로오스)를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갠 천연 나노물질이다.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에 불과할 정도로 얇으면서도 높은 강도를 지닌다. 한솔제지가 만든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는 산소와 수분, 냄새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한 대표는 "프로테고는 식품,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루미늄포일 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소재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인수한 친환경 식품용기 전문업체인 성우엔비테크는 40년 넘게 종이용기 제조에 집중한 기업이다.
한 대표는 "친환경 식품용기 관련 고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한솔제지가 추구하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소재 확장을 위해 다양한 M&A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2020년 취임과 함께 한솔제지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을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국내 백판지 1위 공장인 대전공장 생산설비 증속 개조를 위해 총 32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한 대표는 "백판지는 제과나 화장품, 전자제품, 식품용기 등 포장재로 주로 쓰이는 종이"라고 설명했다.
백판지 시장은 음식 포장배달이 일반화되면서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의 한 박자 빠른 증설 투자 결정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한 대표는 "현재 전체 매출에서 백판지 등 산업용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지만 이익에 기여하는 비율은 인쇄용지보다 훨씬 높다"며 "제지사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친환경이 강조되는 지금이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철규 대표는…1962년생으로 1986년 한솔제지 전신인 전주제지에 입사한 후 한솔그룹에서만 36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한솔홀딩스 인사팀장과 HMES팀장, 한솔개발(오크밸리리조트)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20년 한솔제지 최고경영자(CEO)에 부임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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