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김치, '김치 의병활동' 사라지고 대형마트 판매

엄재천 기자 2023. 2. 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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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정책의 전형…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정책 '비난'

[충북]김영환 충북지사의 '말'로 비롯된 정책 가운데 보여주기식 정책의 전형적인 모습의 정책이 못난이김치다. 못난이김치로 중국산 김치를 국내에서 없애겠다며 김치의 의병활동이라고 치켜세운 정책이 못난이김치다. 농부들이 생산한 배추의 가격이 폭락해 생산지에서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김 지사는 이 배추를 활용해 국산김치를 싸게 생산해 '못난이 김치'를 만들어 국내 외식업체가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중국산 김치를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김 지사가 내세운 것이 '김치 의병활동'이다. 하지만 김치가 배추만 가지고 생산되는 상품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금처럼 김치를 생산할 때 갖가지 양념을 첨가해 배추를 만들어 먹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전쟁 등 나라의 위기 때에는 배추와 무에 소금만을 첨가해 만들어 먹었다. 이것이 '잔지'다. 잔지는 60년대생 이전 세대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그리고 겨울 '김장'이 풍습으로 자리잡으면서 배추와 양념이 버무려지는 김치가 자리잡았다.

중국산 김치에도 고추가루 등 각종 양념이 보태져 김치라는 이름으로 수입된다. 수많은 식당에 김치가 범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잠재우고 못난이김치로 의병활동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못난이김치를 홍보했다.

'김치 의병활동'은 충북에서 사라졌다. 김 지사가 호기롭게 못난이 김치로 의병활동을 일으키겠다고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는 것은 중국산 김치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이었다.

중국산 김치가 식당가에 들어오는 가격은 10㎏에 1만 6000원, 못난이김치 생산가는 공장출고가 2만 9000원인데 물류비는 별도다. 이 가격은 충북도 농정국이 업체를 대상으로 뽑은 가격이다. 예초에는 3만 2000~3만 4000원까지 최저단가가 제출되기도 했다.

생산을 포기한 배추를 공장까지 수거하는데도 인건비와 물류비가 들어간다. 그리고 고추가루와 파 등 기본적인 양념류가 들어간다. 못난이 김치를 만들면서 중국산 양념을 쓰지는 않는다면 양념 가격에서도 중국산을 넘을 수 없다.

특히 외식업체가 중국산 김치를 쓰다가 못난이 김치를 쓰기에는 가격면에서 두배 차이가 난다. 못난이 김치로 바꾸는 식당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점이 든다. 김 지사와 충북도가 적극적으로 외식업체와 만나고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키웠다면 모를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한 것이라면 2022년 11월에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충북 판매소비 활성화 협약만 맺었다는 것이 한 일의 전부다. 그후 12월 '못난이 농산물' 상표 출원을 했고, '못난이 김치' 첫 출하식이 열렸다.

올 1월 30일 기준 못난이 김치 판매실적을 들여다 보면 62t 8㎏ 판매했는데 외식업소에 11t 780㎏, 대형마트 20t 80㎏, 수출 10t, 기타(대량급식처, 취약계층 등) 20t 220㎏이다.

2월 판매계획은 155t으로 한국외식업중앙회 2차 판매계약 20t, 대형마트 판매계약 110t, 베트남, 후주 등 수출계약 25t 등이다.

김치 의병활동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판매의 주가 대형마트와 수출, 대량급식처와 취약계층에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모든 상가에서는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김치를 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의 한 관계자는 "김치를 직접 담그면 중국산 김치를 막을 수 있다"며 "우리의 어머니들은 지금도 김치를 직접 담근다. 그런데 그 이후 세대는 바쁘다는 핑계로 싼 중국산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 가경동에 사는 A모(58) 씨는 "이익을 추구하는 외식업체가 못난이 김치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산 김치는 먹지 않는다. 식당에 가도 중국산 김치는 금방 알 수 있다. 손님이 김치를 먹지 않으면 그 식당은 김치를 매입하는 날짜가 점점 늘어져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 식당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고 결국은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지사와 충북도도 이제는 '김치 의병활동'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계획에도 김치 의병활동은 찾아볼 수 없다. 대형 소비자, 수출시장 발굴 등 시장 다변화 및 판매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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