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춘궁기, 왜 일본은 한일전을 꺼냈을까?

황민국 기자 2023. 2. 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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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7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EAFF컵 한일전에서 4-1 대승을 결정짓는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오는 3월 A매치 춘궁기를 앞두고 흥미로운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종종 전쟁으로 묘사되는 한일전이다. 승자는 환호하고, 패자를 절망하다보니 두 나라 감독과 선수 모두 부담을 호소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뜻밖이다.

일본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소리마치 야스하루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2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3월 A매치 상대 국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도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강국이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일전 개최 여부로 시끌벅적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 발언이 양 측의 교감이 없는 상태로 튀어나왔다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본 쪽에 질의하니 그 쪽도 당혹스러운 느낌”이라며 “기술위원장이 A매치 상대 국가를 섭외하는 과정을 전혀 모르니 불쑥 꺼내버린 것 같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협회가 3월 A매치 개최 문제로 협의했지만 맞대결이 아니라 상대국을 공동 초청하는 사안이었다. 원래 월드컵 직후에는 상대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다. 유럽은 네이션스리그가 출범한 이래 다른 대륙과 맞대결이 사실상 사라졌고, 북중미와 아프리카 역시 대륙간컵 예선으로 바쁘다. 남미도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공조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뜬금없이 한일전이 튀어나왔으니 당혹스럽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반응이었다.

한일전 카드는 사실상 해프닝에 가깝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줄기차게 바랐던 한일전을 상대가 먼저 원했다. 역대 81번의 한일전 전적을 살펴보면 한국이 절반이 넘는 42승(23무16패)을 거뒀다. 한국이 더 많이 웃다보니 일본은 꺼렸는데 이번은 정반대가 됐다.

일본축구협회가 한일전을 원하는 겉 배경은 역시 그 가치에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한국이 25위로 일본(20위)보다 아래에 있지만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 같은 정상급 유럽파들이 뛴다는 사실 만으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부럽지 않은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거액의 초청료 없이 A매치 중계권만 주고받으니 금전적인 부담도 없다.

한일전을 꺼렸던 일본의 변화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유임한 것과 달리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빈 자리를 아직 채우지 못했다. 또 최근 한국이 세대 구분 없이 일본만 만나면 0-3으로 완패하는 흐름도 자신감을 안겼을 것이라는 게 축구 현장의 분석이다.

다만 수면 위로 떠오른 한일전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 이번 해프닝으로 일본 측이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한일전이 열리기 쉽지 않기에 내년 아시안컵 직후에 무게가 실린다. 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정말 원한다면 한일전은 성사될 것”이라며 “과거 한일 정기전의 부활도 고려한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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