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립준비청년에게 이런 베이스캠프가 있었다면…”
삼성·전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아동복지협회 등 민관 협력 체계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요?” A양(18)은 개소식이 있던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를 방문했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만 18세가 돼 아동양육시설 보호가 종료되는 자립준비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다. 이번에 입소를 신청한 A양은 기대에 찬 얼굴로 꼼꼼하게 시설을 둘러봤다. 그러다 전기밥솥을 보곤 “에그, 너무 작은데”라고 했다.
전남센터 관계자는 “(밥을) 해 먹는 게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든다”고 답했다. A양은 “그래도 혼자 밥을 해 먹고 싶다”며 설렌 표정을 지었다. 그는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만 먹었던 곳에서 나오면 직접 요리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전남센터는 이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혼자 지낼 수 있는 자립생활관 15실과 자립체험관 3실을 갖췄다.
전남센터에서는 이달부터 A양과 같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생활을 하게 된다. 1986년부터 보육시설에서 일하다 이번에 부임한 문성윤 전남센터장은 전남센터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착지원금으로 구해줄 수 있는 집은 지하 셋방이나 무허가 주택에 달린 단칸방뿐이었는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고 했다.
전남에서는 매년 200여명이 시설을 퇴소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 생활관에서 최대 2년간 1인 1실로 생활할 수 있다. 만 15~18세 청소년들은 자립 체험관에서 단기간 자립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멘토단을 잘 꾸려서 입소자들이 정서적 지지를 받도록 하고, 진로 지도와 교육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정서적 지원과 물질적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호종료예정아동 732명(42.8%)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청년 전체 조사에서 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이 16.3%였던 것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정서적으로 훨씬 취약하다는 얘기다.
경제적 자립도도 낮다. 보건복지부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 보호종료아동의 고용률은 40.8%, 실업률은 16.3%였다. 전체 청년(15~29세)계층과 비교했을 때 실업률은 7.4% 포인트 높고 고용률은 2.7% 포인트 낮았다. 일자리를 잡는다 해도 비정규직, 임시직인 경우가 많았다. 자립준비청년 중 비정규직 비중은 36.4%였다.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는 보호종료아동이라면 누구나 나이 제한 없이 입소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지난여름 전남 광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생각해본다”면서 “전남센터가 진로를 준비할 ‘베이스 캠프’가 되고, 실패했을 때 돌아올 안식처가 되고, 꿈에 도전할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남센터로 아동을 보낼 예정인 시설 대표는 안도하는 듯 했다. 김효승 순천SOS어린이마을 원장은 개소식에서 “우리 시설에서 지냈던 청소년 4명에게 퇴소 후 첫 보금자리가 될 곳이 전남센터”라며 “물가에 아이들을 내놓는 것처럼 불안하지만 희망디딤돌과 같은 좋은 울타리로 오게 돼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자립준비청소년을 위해 해야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센터 위탁운영을 맡은 전남아동복지협회 김미자 회장은 “전남센터에서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생계비, 교육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좋은 어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 데 그게 참 어렵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체계적인 사회복지 정책도 필요하다.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 삼성의 공동캠페인을 통해 자립준비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촘촘한 복지제도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순천=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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