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옛 공간사옥 옆으로 옮겨 재개관전
소격동에서 문을 닫은 지 1년 여만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원서동으로 이전해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3월 18일까지 열리는 재개관전에는 전속작가 5인을 초대했다. 독일 낭만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이 정립한 ‘낭만적 아이러니’를 제목으로 삼아 전속작가 권오상, 이동욱, 김인배, 안지산, 노상호가 참여했다. 강소정 디렉터는 “아라리오와 20여년 이상 오랫동안 함께한 작가들의 신작을 모았다. 반전과 트릭이 빛나는 작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의 김인배 작가는 벽에 직접 적어 둔 ‘3개의 안개’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나무 합판을 파주시의 지도 모양으로 잘라 5.6m 높이 기둥처럼 쌓았다. 북한과 인접해 행정구역과 선거구역이 매번 바뀌는 유동적이고 경계가 없는 도시를 통해 안개의 특성을 표현했다. 프로펠러 날개를 2중으로 쌓은 ‘날개’, 분필의 재료로 칠판을 칠판의 재료로 분필을 만든 ‘칠판과 분필’ 등을 선보인다. 작가는 “안개처럼 보이는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2층의 이동욱 작가는 건축 재료인 허니컴과 피부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인공물질로 벌거벗은 인물상이 거친 구조물에 고립된 ‘미끄럼틀’ ‘절벽’ 등 5점을 선보였다. 이 작가는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금속이 연약한 인간의 속살과 결합할 때 연약함을 강조하는 구성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벌집 같은 허니콤 속에 진짜 벌처럼 감쪽같이 만든 가짜 벌도 숨어있다.
3층의 노상호 작가는 인공지능(AI)과 협업한 독특한 작업을 걸었다. 해골 가면을 쓴 남자가 날개가 달리고 머리가 두개인 말을 타고 있다. 이밖에도 머리가 두 개 달린 말과 사슴, 새끼와 한 몸이 된 곰, 토끼 귀를 한 개 등은 AI 도구의 오류로 생성된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AI를 조수로 삼아 화폭에 상상력을 더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와 AI 이미지 등을 조합해 매일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린다.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가 제 몸을 통해 아날로그로 그려지는 과정을 ‘홀리’라는 제목처럼 성스럽다는 감각으로 표현해봤다”고 설명했다. 출구에 걸린 수백개의 AI 이미지와 인물이 난장처럼 어우러진 대작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삼면화를 연상시킨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나가는 길에는 거대한 사진 조각이 눈길을 다시 붙잡는다. 권오상이 10여년 전 친구를 모델로 만든 조각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쇼핑백을 두 손 가득 든 모습으로 자본주의의 신전인 화랑 입구를 지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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