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러시아에 군사장비 공급해 전쟁 지원”

최서은 기자 입력 2023. 2. 5. 14:27 수정 2023. 2. 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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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8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각종 수출 및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간 중국이 러시아에 군수 장비를 공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왔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가 글로벌 분쟁과 안보 문제를 다루는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세관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제재로 대러시아 수출이 제한된 품목 8만4000건이 러시아에 유입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러시아에 군용헬기의 항법 장치를 수출했으며, ‘푸젠 나난 바오펑 전자’는 장갑차용 통신방해 망원안테나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국 국영 항공기제조사는 전투기 부품을 수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사들인 ‘이중용도’ 상품 중 다수는 중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용도는 민간용으로 개발됐지만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반도체가 대표적인 이중용도 상품이다. 러시아는 기본 군사용품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이중용도 기술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서방은 지난해 반도체, 적외선 카메라, 레이더 장비 등을 대러시아 경제 제재 대상 품목에 포함시켰으나, 러시아는 중국을 비롯해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 서방의 제재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을 통해 여전히 해당 물품들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 덕에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월 서방의 첫 제재 부과 후 통상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수개월 만에 기존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이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 대응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내오미 가르시아 C4ADS 애널리스트는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영 방산업체가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러시아 방산업체로 수출한 사실이 글로벌 무역 데이터에 포착됐다”며 “러시아 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로 이런 형태의 부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금지 품목의 수출과 거래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추가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일 러시아 국방 관련 기업에 무기 등을 공급한 개인과 기업 24곳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일과 관련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확립과 특수 군사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무제한 파트너십’을 선언한 바 있다.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이 러시아에 ‘원조’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사실적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의 러시아 군수 장비 지원은 당초 이번 주말로 계획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기간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무산됐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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