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실 물 차더니 전복”…‘청보호’ 실종자 9명 수색 난항
생존 선원들 진술 혼선
전남 신안 앞 해상에서 12명이 타고 있다가 전복된 통발어선 청보호(24t급)의 승선원 9명에 대한 수색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뒤집힌 선박 안의 선내 입구부터 통발 어구 등 여러 장애물이 막고 있는데 따라 구조 잠수사들의 진입이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근 선박에 구조된 선원들이 선박 전복 당시 실종 선원들의 최후 위치를 놓고 진술이 달라지면서 혼선이 일고 있다. 이들의 진술에 따라 뒤집힌 선박 안에서 바다로 추락해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을 놓고 실종자들의 구조에 대한 집중 수색 구역이 바뀌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당시 구조 화물선 선장에게 “자신들만 갑판에 있었고 나머지는 선실에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해경 구조정으로 옮겨 탄 후에는 “선원들이 대부분 갑판에 있었다”고 해경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한 구조자가 기관실에 있던 2명을 제외하고 자신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갑판에 있었다는 진술을 했는데 이는 화물선에서 했다는 말과는 달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조 선원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기관실 좌측으로 새어 들어온 바다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침수되면서 선박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해경 구조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잠수사 15명을 투입해 수차례 수중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구조 잠수사 2명씩 1조가 교대해서 들어가는 방식으로 선체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청보호 선체에 적재된 통발 3000여개가 얽히고설킨 채 감싸고 있어 잠수사들이 청보호 내부 선실까지는 진입하지는 못했다.
또 청보호가 바닷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좌현과 우현에 총 6개의 리프트 백을 설치한 해경은 수면 위로 드러난 선체 바닥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었다.
해경 구조대는 바닥 구멍을 통해 기관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중 철판 격벽과 내부 장비 등 장애물에 막혔다. 도면을 확보해 새로운 진입로를 찾고 있다.
갑판에 있다가 실종됐다는 구조 선원들의 변화된 진술과는 별도로 선체 내부 에어포켓(Air Pocket)에도 실종자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뒤집힌 청보호 위에서 선체를 두드리며 살폈으나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2시쯤 예인선을 사고 해상에 급파해 밤 9시쯤부터 바지선의 크레인으로 전복된 청보호를 고박한 뒤 인양할 예정이다.
구조 선원들의 변화된 진술에 따라 사고 선박 주위 해상에 대한 수색 범위도 확대했다. 해경함정 26척, 해군함정 3척, 해경 및 해군항공기 8대 투입가 투입 돼 구획을 나눠 해상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공군에서도 HH-47, HH-60 등 탐색구조헬기 각 1대, CN-235 작전용 수송헬기 1대와 구조사 4명을 투입했다.
인천선적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는 지난 4일 밤 11시19분쯤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해경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목포 광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로 청보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인근 해상을 지나던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광양프론티어호는 뒤집힌 청보호 위에 있던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승선원 3명을 구조했다.
나머지 실종 승선원 9명 가운데 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이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남도와 신안군이 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임자면사무소에 현장상황실을 마련한데 이어 신안수협 2층 회의실에는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운영하고, 실종자 가족 건강관리 등을 위해 의료지원팀도 꾸렸다.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당시 기관실 직원(2명)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갑판에 있었던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며 “대부분이 선체에서 이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차오르니 갑판으로 이동하라는 선장의 지시가 있었든지 그건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 “오늘 배를 인양할 계획인데 인양을 하면 원인을 파악해 실종자 가족분들에게도 소상히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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