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노출 잦은 국가에 살면 수명 최대 14년 감소

이영애 기자 2023. 2. 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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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되는 환경이 잦은 나라에 사는 국민은 평화로운 나라에 사는 국민보다 수명이 최대 14년 더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꼭 폭력에 가담하지 않아도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삶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수명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뉴욕대(NYUAD)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국가의 폭력성이 수명 불확실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3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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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등 폭력을 겪는 나라의 국민은 기대수명이 14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폭력에 노출되는 환경이 잦은 나라에 사는 국민은 평화로운 나라에 사는 국민보다 수명이 최대 14년 더 짧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꼭 폭력에 가담하지 않아도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삶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수명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뉴욕대(NYUAD)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국가의 폭력성이 수명 불확실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월 3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수명 불확실성(lifetime uncertainty)은 개인의 수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에 의해 수명이 달라지는 정도를 말한다. 수명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커진다.

연구팀은 162개국의 사망률 데이터를 2008~2017년 발표된 내부 평화 지수(IPI)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폭력에 노출되는 환경이 많은 국가(폭력적인 국가)일수록 국민들의 기대수명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평화로운 국가와 가장 폭력적인 국가 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14년에 달했다.

기대수명이 낮은 데는 살인과 폭력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의 국가에서 기대수명이 낮은 이유는 살인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과사망률이란 오랫동안 통상적으로 발생해왔던 수준을 넘어 특정 기간 동안 초과한 사망률을 말한다.

국가간 분쟁이 많은 중동 지역에서는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청년들의 수명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내전이 끊이지 않는 중남미 지역에서도 살인과 폭력이 수명 불확실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유럽 국가 대다수는 2008~2017년 사이 수명 불확실성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가장 평화로운 지역이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의 수명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유럽을 포함한 고소득 국가에서는 암을 비롯한 질병이 수명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연구팀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암 사망률이 감소한 것은 수명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폭력적인 국가에 사는 국민은 직접 폭력 사건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수명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리드히 카샵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남성들은 폭력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들은 폭력적인 상황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폭력적인 사회에 사는 것만으로도 수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나라에서는 우울증, 알콜중독, 자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위험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폭력으로 인해 수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다시 폭력적인 행동에 가담할 가능성을 높여 악순환이 반복된다. 오솔라 토리시 NYUAD 사회과학부 박사후연구원은 "폭력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폭력적인 나라에서의 삶은 짧고 예측하기 어렵고 끊기 어려운 악순환을 만든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의 폭력성과 기대수명을 나타냈다. 위는 남성, 아래는 여성이다.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순으로 폭력성이 높은 국가다. 색이 진할수록 기대수명이 낮아진다. 아부다비 뉴욕대 제공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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