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순방 중 쇼핑… 최측근 문제에 日 총리 곤욕 [특파원+]

강구열 2023. 2. 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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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자신을 지척에서 보좌하며 손발이 되어주는 총리비서관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한 아라이 마사요시(荒井勝喜) 비서관을 경질했다고 4일 밝혔다.

두 비서관의 발언과 행적과 관련한 파문이 큰 것은 일본 정치에서 총리 비서관이 가지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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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보기도 싫다” 발언 총리비서관 전격 경질
비서관인 아들은 해외 순방 중 관광, 쇼핑으로 물의
최측근 비서관, 각료보다 영향력 강하다는 평가도
잇따르는 비서관 관련 문제에 정권 타격 심각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자신을 지척에서 보좌하며 손발이 되어주는 총리비서관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한 아라이 마사요시(荒井勝喜) 비서관을 경질했다고 4일 밝혔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결정이었다. 아라이 비서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동성(同性)결혼은 보기도 싫다”, “주위에 산다면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해선 “비서관들은 모두 싫다고 말한다. 동성혼이 인정되면 나라를 버리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과 아라이 마사요시 비서관. 도쿄=AP연합뉴스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아라이 비서관은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졌다면 철회하겠다”며 사과했지만 파문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발언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괄적 사회를 실현하려는 내각의 구상과 어울리지 않는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임명권자로서의 책임도 느낀다”고 말했다. 아라이 비서관은 연설문 작성, 언론 대응 등 총리의 대변인의 역할을 담당해 기시다 총리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비서관이 자신의 불상사로 경질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장남이기도 한 쇼타로(翔太郎) 정무비서관이 지난달 총리의 해외 순방 중 관용차를 이용해 명품 넥타이를 대량 구매하는 등 쇼핑과 관광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터져 나온 일이라 타격은 더욱 크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1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총리를 대신해 선물을 구입하는 것은 정무비서관의 본래 업무에 포함된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이 거세다. 

야당은 공세를 예고했다. 5일 요미우리 신문은 “아라이 비서관의 발언은 극히 차별적인 것이다. 왜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을 비서관으로 두었는 지를 물어야만 한다”는 입헌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아라이 비서관의) 경질을 서두른 것은 2023년도 예산안 심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해 미국, 유럽 등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비서관의 발언과 행적과 관련한 파문이 큰 것은 일본 정치에서 총리 비서관이 가지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8명으로 구성되는 총리 비서관에 대해 일본 법률은 “총리의 명을 받아 기밀에 관련된 사무를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고권력자인 총리를 지근에서 보좌한다는 점에서 각료보다 영향력이 세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각 성청(省廳)에서 파견되는 6명의 사무비서관은 해당 기관의 에이스로 평가되는 인물들이기 마련이다. 총리 비서관으로 일하고 소속 성청으로 돌아간 뒤 직업공무원 최고위직인 사무차관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경제산업성 출신인 아라이 비서관도 ‘장래의 차관후보’를 평가를 받았다. 정무비서관은 총리 본인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세습정치가 일반화되고, 의원 보좌관으로 자식을 기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일본이지만 기시다 총리가 아들을 정무비서관으로 임명했을 때 비판이 거셌던 이유가 이런 위상 때문이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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