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쨍하고 뜬 K드라마 촬영지로 떠나는 겨울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BTS ‘버터’ 촬영 맹방해변·영화 ’헤어질 결심’ 라스트신 등장 부남해변/‘미스터 션샤인’ 애신아씨 거닐던 논산선샤인랜드/‘킹덤’ ‘슈룹’ 사극 드라마 산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
강원 삼척시는 최근 2년 동안 한류팬들의 성지로 떴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버터’ 앨범 재킷 촬영지인 근덕면 맹방해변과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는 부남해변 덕분이다. 맹방해변은 동해의 손꼽히는 여행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명사십리’로 불리는데 BTS가 다녀간 뒤로 팬들의 성지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2021년 3월 맹방해변에서 앨범 재킷을 촬영한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고 10주 동안 정상을 지키는 기록을 세웠다. 노란색 바탕에 ‘BTS 방탄소년단 앨범재킷 촬영지’라 적힌 화살표 표지판을 따라가면 짙푸른 바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시원한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앨범에 등장하는 콘셉트를 재현하고 소품까지 그대로 마련해 놓았다. 바다 빛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주황색,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 베드, 서핑 보드, 비치발리볼 네트까지 완벽하다. 하얀색 대형 알파벳으로 만든 ‘BTS’ 조형물은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맹방해변은 밝고 활기찬 BTS 노래 덕분에 버터처럼 달콤하지만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잔상이 깊게 남은 탓인지 아리고 쓸쓸하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돌계단부터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영화적인 풍경을 물씬 풍기고 사람 없는 해변의 망루는 겨울바다라 더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애신아씨 만나러 논산 갑니다
충남 논산은 2018년 방영된 뒤 새로운 한류 드라마의 아이콘이 된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꾸준히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성에 가로등 수백 개가 처음 불을 밝힌 날, 조선 노비 출신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명문가 규수 고애신(김태리 분)이 만나는 장면 등 드라마 대부분이 촬영된 곳이 연무읍 봉황로 논산선샤인랜드다.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가 조성한 선샤인랜드는 총면적이 2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가 마련됐고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가상현실(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꾸며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오픈세트장과 문경새재도립공원은 한류 사극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킹덤’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슈룹’ 등 수많은 사극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인 문경새재는 태종 때 개통됐고 숙종 때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지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2000년 한국방송공사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건립했고 2008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픈세트장을 새로 지으면서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인기 판타지 드라마 ‘환혼’ 제작진이 마성면 하내리에 대규모의 오픈세트장을 지으면서 문경은 사극 드라마 촬영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좀비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킹덤’에서 좀비들이 건너던 다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하는 백제궁과 백제교, ‘슈룹’에서 중전(김혜수 분)과 계성대군(유선호 분)이 지우산을 쓰고 지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해 인기를 끈 광화문도 만난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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