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 직원도 부러워하겠네"…최첨단 신사옥 시대 연 'HD현대'
HD현대 최첨단 신사옥인 판교GRC 가보니
계열분리후 첫 마련한 '내집'에 17개 계열사 모두 모여
식당 화장실 혼잡상황까지 표시되는 회사 앱으로
통근버스·자율근무석·회의실 등 예약
층이 바뀌어도 끊김없는 와이파이
전 좌석 200만원짜리 허먼밀러 의자
방역로봇 돌아다니고 친환경 설계로 냉난방비 35% 줄여줘
한끼 8가지 매뉴에 3끼 무료 제공, 밤 10시까지 어린이집 무료 운영
전 계열사 통합한 R&D센터 이달 20일께 오픈…전 계열사 통합 R&D 첫 출범
“이곳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지고, 창의력이 극대화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권오갑 HD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GRC(글로벌R&D센터)에 입주를 기념하며 이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판교GRC는 HD현대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후 20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마련한 ‘내집’이다. 2016년 당시 그룹명이었던 현대중공업그룹의 전 계열사가 모이는 통합R&D센터 건립을 위해 성남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6년만인 지난해 12월 계열사들이 처음 마련한 내집으로 하나둘 입주했다. 현재 17개 계열사의 연구인력과 경영직군에 소속된 5000여명이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실상 HD현대그룹의 본사이며 콘트롤타워다.
지난 3일 찾은 판교GRC의 건물 외관은 정육면체 건물이란 점이 눈에 띄었다. 17만5000㎡(약 5만3000평) 부지에 지상 20층 높이의 빌딩은 동서남북 어느 쪽에서 봐도 같은 비율의 모양이 나왔다. 되도록 눈에 띄게 본사를 짓는 최근 트렌드완 거리가 멀다. 박수근 한국조선해양 GRC운영팀장은 “레고처럼 내부공간도 가로세로 동일한 간격으로 모듈화해 설계했다”면서 “이렇게 모듈화해야 블록의 갯수로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박하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현대의 DNA’가 묻어난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로 들렸다.
○현대의 DNA, 효율성 극대화
판교GRC의 특징을 ‘스마트큐브·스마트보이드·스마트그리드’로 요약할 수 있다고 HD현대는 설명했다. 가장 안정된 정육각형 블록을 모아 만드는 게 스마트큐브이고, 정육각형으로 건물 가운데를 통째로 비워 중정처럼 만든 게 스마트보이드란 설명이다. 이를 통해 태양광이 로비(5층)부터 20층까지 고루 퍼지며, 건물 전체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건물보다 공조를 15%, 조명을 6% 각각 덜 쓴다. 중정을 통하면 전층의 사무실이 서로 모두 보이며 협업과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둥을 건물 외부로 빼내 내부 공간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밖의 기둥이 차양 역할을 해서 냉방비를 아낄 수 있다. 박수근 팀장은 “차양이 여름철 햇빛을 가려주는데, 겨울엔 해의 위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차양이 있더라도 실내에 자연광이 모두 들어온다”면서 “이런 식의 설계로 여름철 남향 부하를 64%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천장복사냉난방' 방식도 도입했다. 층마다 천장에 온돌을 설치해 냉온수를 돌린다는 얘기다. 한국엔 네이버 본사와 HD현대만 이 기술을 도입했다. 디지털기기와 전기차 등이 많아짐에 따라 한국전력으로부터 일부 전력을 아예 직류(DC)로 공급받는 것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전기차 충전이나 LED조명 시스템 냉난방 등은 대개 직류를 사용하는데, 직류-교류-직류로 전환하지 않고 바로 직류로 공급받아 사용해 효율을 높이고 설비투자비용을 아꼈다.
○근무환경 개선에 모든 역량 집중
HD현대는 판교GRC 건물의 설계 의도가 근무환경을 최상을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회사내 무선네트워크는 건물 안 어디를 가든 와이파이가 끊기지 않도록 구성했으며, 어디서든 USB C타입 케이블만 꽂으면 노트북 충전서부터 모니터 연결 등까지 된다.
카카오와 함께 구축한 앱을 통해 하루 85회 운행하는 통근버스부터 자율근무석과 개인사물함을 모두 예약하고, 화장실과 식당의 메뉴와 혼잡한 상황도 수시로 체크가 가능하다. 계열사 임직원들간 화상회의도, 총 722실에 달하는 회의실의 예약과 사용현황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층마다 설치된 평균 450석의 자유석엔 예약한 직원의 소속과 이름이 전자명폐로 뜬다. 자리엔 개별 모니터와 함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200만원짜리 허먼밀러 의자가 배치돼 있다. 사무실 곳곳엔 현대로보틱스가 만든 50대의 방역로봇이 돌아다니며 공기청정과 소독을 한다.
복지시설도 대거 배치됐는데, 직원들의 평가가 가장 후한 부분이다. 1층의 피트니스센터는 정원이 1000명이고, 630평 규모의 어린이집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로 운영하는데, 영어교사가 상주하며 간식까지 하루 4끼가 제공된다. 정원은 202명이다. 구내식당은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두 개사를 동시에 입점시켜 끼니마다 경쟁을 유도했다. 총 8개 메뉴가 하루세끼 공짜로 제공된다.
판교GRC 부지는 성남시 소유로 20년간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했다. GRC를 짓고 꾸미는 데에만 전담으로 운영팀과 라이프팀 건축파트 IT 등에서 총 50명이 맡았다.
선박을 만드는 업이 주력인 HD현대가 이런 투자를 한 데엔 이유가 있다. 이날 판교GRC에서 만난 장광필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랩부문장(전무)은 “우리는 조선소라기보다 자동운항기술 엔진기술 등을 만들어 파는 테크회사”라며 “통합 R&D 과정과 계열사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환경이 가장 주요하다”고 했다. 6~7층의 R&D센터엔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제뉴인 현대일렉트릭 등의 그룹 계열사들이 맞대고 있다.
성남=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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