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이 뭐지?”… 금융위, 증권 여부 판단원칙 발표

정현진 기자 2023. 2.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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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토큰 증권 규율 체계 정비방안 발표
“상반기 중 법령 정비, 2024년 시행 목표”

국내 금융시장에 토큰 증권이 본격 도입된다. 최근 미술품, 부동산, 소(牛)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소액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행법과 규제로는 투자자 보호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토큰 증권 여부에 대한 판단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고, 토큰 증권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을 본격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5일 금융위원회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토큰 증권 여부 판단 원칙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디지털 자산의 발행인과 투자자 등이 자율적으로 해당 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가능하게 하여,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법의 울타리 내에서 투명하게 발행·유통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간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향후 수익을 약속하는 권리를 주고받는, 사실상 증권 거래 방식을 띄고 있었음에도 실물증권이나 전자증권이 아닌 디지털 형태로 거래된다는 이유로 마치 사적 거래처럼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큰 증권이 도입되면 관련 법에 따라 한층 더 체계적인 투자자 보호가 가능할 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투자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 ‘증권성’ 있다면 발행 형태 관계없이 토큰 증권으로 봐야

금융위는 토큰 증권을 ‘자본시장법 상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했다. 분산원장 기술이란 권리자·거래 정보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사후적인 조작과 변경을 원천 금지하는 기술이다. 분산원장 기술이 활용된 토큰 증권의 거래 내역은 디지털화된 여러 개의 장부에 동시에 동일하게 기록된다. 이어 금융위는 그간 증권형 토큰 등과 혼용되어 왔던 명칭도 ‘토큰 증권’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토큰 증권이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형태는 새로울 수 있어도 증권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기존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채권) 등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증권과 달리 토큰 증권에만 적용되는 증권의 새로운 개념이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이 기업의 지분, 채무증권이 어음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나타낸다면, 토큰 증권은 미술품, 저작권 등 유·무형의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형태로 기록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은 내·외국인이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발생할 수익을 나눠 갖기로 약속하고 특정 자산에 대한 권리를 거래하는 디지털 자산(금융상품)을 발행했다면, 이는 토큰 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간주된다.

토큰 증권 여부 판단원칙 적용 예시./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는 이해관계자가 해당 디지털자산이 증권성을 가져 자본시장 법규에 적용되는 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토큰 증권 여부 판단의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를 준수하지 않고 토큰 증권을 발행·유통한 발행인은 법정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해당 토큰 증권이 가상화폐 등 형태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됐다면, 원칙적으로 상장폐지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큰 증권 도입으로 가상화폐가 줄줄이 상장폐지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거래되는 디지털자산이 다 증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단했을 때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을 의도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증권 규제의 취지와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뉴스1

◇ 일정 요건 갖췄다면 토큰 증권 발행인이 직접 거래내역 관리도 가능

금융위는 전자증권의 발행과 동일한 방식으로 토큰 증권의 발행을 허용하되, 전자증권법상 계좌부의 역할을 토큰 증권의 분산원장이 대신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전자증권의 발행인(상장사)은 전자등록기관(한국예탁결제원)에 반드시 해당 증권을 등록해야 한다. 이때 발행사는 전자증권 내역을 관리하기 위해 계좌(계좌부)를 개설하고, 전자등록기관의 하위 기관인 계좌관리기관(증권사 등 금융회사)이 증권의 발생·변경·소멸에 대한 정보를 전자적 방식으로 계좌부에 기록한다. 계좌부에 전자등록된 투자자는 해당 증권에 대한 권리를 적법하게 보유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토큰 증권도 전자증권의 발행 방식을 따른다. 토큰 증권 발행인은 전자등록기관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의 증권 발행심사를 거쳐 증권을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증권에 대한 모든 거래내역은 전자적 방식으로 분산원장에 기록된다. 적법한 분산원장을 바탕으로 발행된 토큰 증권에는 기존 전자 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발행인에 한해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계좌 관리 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발행인이 증권에 대한 정보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 번 기록된 정보에 대한 사후적 수정·변경이 불가능한 분산원장 기술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발행인에 요구되는 세부 요건은 추후 입법예고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지만, 분산원장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최소 자기자본(20~30억원) 등 인적·물적 요건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의 발행심사와 총량 관리를 맡아 토큰 증권을 제도적으로 수용해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동시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증권 발행·거래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토큰 증권) 규율체계 정립방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 장외거래 유통 플랫폼 제도화… 거래 활성화·권리 다양화 목표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받은 거래소(플랫폼)에서는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다자간 거래가 허용된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은 기존 유통제도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형적 증권으로, 토큰 증권 도입 시 토큰 증권 형태로 주로 유통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이다.

예를 들어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을 쪼개 복수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후, 미래에 해당 자산을 매도해 발생하는 차익을 나누는 방식의 조각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사업자가 직접 발행해 각각의 투자자가 나눠 갖는 증권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 만약 해당 저작권에 대한 증권을 발행사가 직접 관리하지 않고 증권사 등에 신탁한다면 이는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이다. 장외플랫폼에는 이러한 증권에 대해 매수 희망자와 매도 희망자의 의사가 합치할 때 거래가 체결된다.

금융위는 채권중개전문회사 요건 등을 감안해 증권 유형별로 인가 요건을 세부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필요시 보안 요건도 요구하고,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증권 발행인은 플랫폼 운영이 금지된다는 의미다. 또 장외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소액투자자 거래인만큼, 매출 공시 의무에서 제외한다. 증권 발행 시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 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이후 증권의 매수·매도 청약을 권유할 때 추가로 증권신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다만 공시 예외가 적용되는 시장인 점을 감안해 일반투자자에겐 투자 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탁자 없이 발행인과 투자자 간 증권이 직접 거래되는 투자계약증권에 대해서는 좀 더 까다로운 투자 한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거래소가 아닌 상장시장 운영도 허용한다. 상장시장의 경우 장외거래중개업자가 아닌, 다른 증권과 동일하게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유일하게 법적 허가를 받은 한국거래소(KRX)만이 해당한다. 상장시장은 참여자·거래규모 면에서 장외플랫폼보다 훨씬 거대하기 때문에, 상장시장에 상장할 땐 기존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을 전자증권으로 전환해 기존 증권 거래의 매매·청산·결제 인프라를 동일하게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내년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안과 세부 요건 정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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