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이었는데 트럭 수백대 빼곡"…'군산 명물' 떠오른 곳
지난 3일 오전 전북 군산 소룡동 국가산업단지. 전북의 핵심 공업지역인 이곳에 '군산 명물'인 타타대우상용차 공장이 있다. 타타대우가 지역 내 명물로 꼽히는 이유가 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에서 문을 닫았다가 재개한 뒤로 군산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정규직 고용인원(약 1300명) 1위다. 최근 내놓은 준중형 트럭 '더쎈' 신형 모델을 앞세워 올해 상용차 연간 1만대 판매 회복을 꿈꾸는 타타대우 직원들은 공장 곳곳을 누비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꿈(Last Dream)'이라는 의미의 코드명(LD)을 갖고 태어난 더쎈의 생산공장은 말 그대로 직원들이 희망의 불꽃을 피우는 곳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상용차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산 2만대 규모의 타타대우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50% 선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금은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 수백대가 야적장에 줄지어 있었다. 공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3년 전만 해도 공장 옆에 있는 이곳(출고 사무소·생산한 차를 임시로 세워두는 곳)이 텅텅 비었는데 지금은 빼곡히 들어찼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타타대우 군산 출고 사무소 옆에 위치한 더쎈 공장은 하루 13대의 차를 만들어 낸다. 연산 3000대 안팎 규모다. 공장 규모와 생산량에 비해 공장 내부는 복잡하지 않다. 크게 트럭 운전실로 불리는 '캡(Cabin의 줄임말)'을 조립하는 '트림 라인'과 차대(프레임)를 조립하는 '섀시 라인', 제동력 등을 검사하는 검수장과 방수 여부를 체크하는 누수 검사장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대부분의 부품들은 군산공장 인근 부품 생산 공장에서 장착 전 단계까지 만들어 조립 공장으로 옮겨온다. 공장 곳곳엔 캡, 대시보드, 프레임, 엔진 등의 부품 뭉치들이 마지막 결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강수 타타대우상용차 생산총괄(이사)은 "2~4시간 단위로 외부업체에서 부품을 모듈화해 가져오고 이를 곧바로 조립하기 때문에 굳이 창고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공장에 흔히 있는 컨베이어벨트도 이곳에는 없다. 더쎈은 캡, 프레임 등 큰 부품을 카트 개념의 대차에 실어서 각 조립 공정을 통과하는 대차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 대차 방식은 조립 공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차와 공정만 잠시 멈춰서 다른 차의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 생산총괄 이사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향후 전동화 차량과의 혼류생산도 염두에 둔 방식"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트럭을 15년 이상 만들었던 베테랑 직원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불량이라도 나올까 한 대 한 대 심혈을 기울여 상용차를 만드는 이유는 최근 적재용량이 낮은 준중형 트럭 시장에서 타타대우의 기세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김방신 사장은 "2020년 12월 더쎈의 첫 모델을 출시할 때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출시 1년 만에 더쎈은 준중형 트럭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했다"며 "판매 개시 이후 판매량은 5000여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더쎈은 기존 준중형 트럭의 적재중량 2.5~4.5t보다 0.5t씩 체급을 높인 3~5t에 대응하는 모델로 만들어 경쟁력을 삼았다. 파워트레인은 개발에 비용을 쏟기보단 이탈리아(피아트)와 독일(ZF)의 검증된 부품을 가져왔다.
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짧은 시승을 통해 더쎈을 직접 운전해봤다. 첫 상용차 운전이었는데 예상 외로 부드러웠다. ZF 8단 자동변속기 등이 장착된 파워트레인에 풀에어 브레이크로 가속은 부드러웠고 제동능력은 우수했다. 조수석에 동승한 타타대우 직원은 "가속능력이나 제동능력 등에서 경쟁 모델 대비 한참 우위에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내부는 고급 인테리어 등을 더해 세단 못지 않았다.
상용차 판매량은 건설경기에 좌우된다. 2015년 1만515대로 1만대 판매를 넘은 타타대우는 2020년 4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엔 9000대 수준까지 올라왔다. 올해는 새로 출시한 신형 더쎈을 앞세워 1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군산=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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