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히어로즈 주전-백업포수, 9년 만에 위치 바꿔 LG에서 조우, 우승 아니면 실패가 되는 염경엽 감독의 힘이 될까

민창기 2023. 2. 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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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피칭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동원과 고우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올시즌 29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큰 변화를 결정했다. 페넌트레이스 2위를 한 류지현 감독(52)을 잡지 않고, 염경엽 감독(55)을 불러들였다. 우승이 꼭 필요한 팀에서, 우승을 이끌 감독을 영입하겠다고 했는데, 우승 경력이 없는 지도자를 올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과 괴리가 큰 모기업 윗선의 결정이었다.

또 FA(자유계약선수)가 된 '4번 타자' 채은성, '주전포수' 유강남을 보냈다. 샐러리캡을 의식해 공격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유강남이 떠나자 외부 FA 박동원을 데려왔다. 주전포수를 유강남에서 박동원으로 교체한 셈이다. 유강남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원, 박동원은 4년 65억원에 계약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난다. 우승을 위한 LG에서 뭉친 세 사람 이야기다.

'코치 염경엽'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2013년, 히어로즈 주전포수는 허도환(39)이었다. 새 사령탑은 상무에서 제대한 박동원(33)을 중용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박동원이 공수에서 허도환에 밀렸다. 감독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허도환의 능력이 출중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상황이 그랬을 뿐이다.

주전포수 허도환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시즌 중반, 박동원이 치고올라왔다. 허도환의 부상, 컨디션 난조를 틈타 존재감을 높였다. 그해 허도환이 93경기, 박동원이 76경기에 출전했다. 시즌 후반에는 박동원이 주전이었다. 주전포수로서 안주했던 허도환의 입지가 좁아졌다.

2015년 4월 초, 히어로즈가 선수 이적을 발표했다. 허도환과 이성열을 한화에 내주고, 투수 양 훈을 받는 2대1 트레이드였다. 신예포수 김재현이 합류해 허도환은 개막전 1군 엔트리에 들지
염경엽 감독이 이재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못했다. 주전포수 박동원 시대가 열렸다.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염 감독이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단장으로 있던 2018년, 허도환이 한화에서 SK로 이적했다. 이후 허도환은 KT 위즈를 거쳐 FA로 2022년 LG 선수가 됐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총 6개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이다.

히어로즈 주전포수로 활약하던 박동원은 지난해 4월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박동원 영입을 위해 내야수 김태진, 현금 10억원에 2023년 2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준 KIA다.

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LG 스프링캠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된 고우석(25), 정우영(24), 김윤식(23)이 나란히 첫 불펜피칭에 나섰다.

포수 마스크를 쓴 박동원이 고우석 정우영이 던진 빠르고 낯선 공 궤적에 여러 번 공을 놓쳤다. 아무리 첫 대면이었다고 해도, 베테랑 포수로서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허도환이 "처음엔 다 그렇다. 나도 공 적응하는 데 한 달 걸렸다"며 위로했다.

1년 먼저 LG 선수가 된 허도환의 경험담이다. 물론, 올해 LG 주전 포수는 박동원이고 허도환은 백업이다.

2013년 히어로즈 소속이던 염 감독과 허도환, 박동원이 9년 만에 LG에서 함께 한다. 지난 8
고우석이 불펜피칭 모습.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됐다.

이들 셋 중 저니맨처럼 떠돈 허도환이 유일하게 현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8년 SK,2021년 KT 선수로 우승을 맛봤다. 2018년 SK가 우승했을 때 염 감독은 와이번스 단장이었다.

염 감독은 이미 능력을 입증했다. 히어로즈에서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2019년 SK 감독 첫해까지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남은 건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가장 어려운 목표 하나가 남았다.

공격력은 뛰어난데 투수리드가 아쉬운 포수. 박동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승이 목표인 팀의 주전포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우승이 아니면 실패가 되는 LG라서 더 그렇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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