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파’ 눈치보던 기시다, 성소수자 문제로 발목잡히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성소수자를 차별한 비서관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문제의 비서관을 즉각 경질했으나, 일각에선 당내 기반이 약한 그가 당내 기반 확보를 위해 최대 파벌이자 보수적 성향의 아베파를 배려하다가 발목이 잡힌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5일 일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시찰 중이던 후쿠이현 사카이시에서 기자단에게 최근 성소수자 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아라이 마사요시 비서관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서관의 발언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정권의 방침과 양립하기 어려운 발언이며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아라이 비서관은 지난 3일 기자들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나도 보기 싫다. 주위에 산다면 싫을 것이다”, “비서관실도 모두 반대한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면 나라를 버리는 사람이 나올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비보도를 전제로 했으나,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사들이 이를 실명으로 보도하자 사과의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비서관의 발언을 사과했으나, 일각에서는 총리 본인도 자민당 주류를 의식해 성소수자 문제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2016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참석한 한복 차림의 여성에 대해 ‘코스프레를 한 아줌마’라고 표현하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야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에 공개적 지지를 보내 물의를 빚었던 스기타 미오 중의원을 지난해 8월 총무 정무관에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스기타 의원은 이같은 사실이 논란이 돼 지난해 12월 정무관에서 경질됐다.
이번 비서관 경질도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나온 총리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자리에서 야당이 동성결혼 법제화를 요구하자, 총리는 “가족관이나 가치관, 사회가 바뀌어 버리는 과제이기에 사회 전체 분위기를 확실히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기자들이 총리 답변의 진의를 확인하려 아라이 비서관을 취재하던 도중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아라이 비서관의 경질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니시무라 지나미 입헌민주당 대표대행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아라이 비서관을 임명한 책임과 함께 총리 본인의 책임, 총리실의 인권 감각을 엄격히 묻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소수자임을 공표한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 참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내의 한계다. 최대한 항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가 동성결혼 관련 소송에서 동성 커플이 가족이 되기 위한 법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위헌 상태’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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