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지만 엉성하게 봉제한 퀼트 인형 '몰랑이의 꿈속 옷장'
"혹시 몰랑이를 아시나요?"
저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처음 몰랑이를 접했었는데요. 이름과 똑닮은 하얗고 말랑한 토끼 캐릭터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쩜 이름도 몰랑이라 찹쌀떡처럼 이름도 입에 착 달라 붙더라고요.
카카오톡 이모티콘 외에도 각종 굿즈, 피규어, 장난감 등 다양한 곳에서 몰랑이를 만났습니다. 탄생한 지 11년, 몰랑이는 190개국으로 애니메이션이 수출될 정도의 지구촌 스타가 되었습니다. 서울시 홍보 대사로도 임명되는가 하면 2022년에는 일본으로 정식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이렇듯 쉴 틈 없이 바쁘게 사는 몰랑이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게임에 깜짝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몰랑이가 메인이 되는 게임은 '몰랑이 숨은 그림 찾기'가 처음입니다.
개인적으로 몰랑이 캐릭터가 캐주얼한 게임에 굉장히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해왔는데요. 1월 26일 시프트릭의 '몰랑이의 꿈속옷장'이 드디어 정식 출시됐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당장 스토어에 달려가 다운로드했죠.
장르: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3년 1월 26일
개발사: 시프트릭
플랫폼: 모바일
■ 버거운 현실을 떠나 꿈 속 낙원으로
몰랑이의 꿈 속 옷장은 몰랑이가 꿈 속 세상에서 하나씩 소원을 이뤄나간다는 심플한 콘셉트의 게임입니다. 사실 현실에 치이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것들을 뒷전으로 미뤄두거나 포기할 때가 있잖아요. 바쁜 몰랑이가 이렇게 이루어질 리 없다고 포기한 버킷 리스트를 유저가 꿈 속 세상에서 이뤄주는 겁니다.
프롤로그의 몰랑이가 TV 속 캐릭터 패션 대회 광고를 보며 부러워한 것이 복선이었죠. 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몰랑이 코디 및 스타일링입니다. 아이러브니키와 비슷한 형식으로, 몰랑이의 소원에 부합하는 키워드 위주로 꾸미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토리 모드로 진행하는 메인 스토리 이외에도 미니 게임, 퀘스트 등을 통해 경험치와 재화를 얻습니다. 주어진 조건에 맞는 코디를 제출하면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미니 게임을 통해 경험치를 획득해 몰랑이 레벨을 올릴 수 있죠.
이런 저런 콘텐츠를 진행하다 보면 팝업 스토어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데요. 팝업 스토어 미션을 통해 각종 몰랑이 굿즈에 응모할 수 있는 쿠폰 입수가 가능합니다. 예전에 게임 쿠폰으로 실물 경품을 지급하다 중단된 레알팜이 떠오르는 시스템이네요.
■ 몰랑이는 귀엽고, 귀여운 것은 정의다
장점은 역시 귀여운 몰랑 자체겠죠. 기대한 만큼 귀엽습니다. 꿈 속 옷장이라는 몽환적인 테마를 강조하기 위한 보라색, 분홍색 위주의 파스텔 톤이 몰랑이와 잘 어울려요.
게임을 시작하면 촛불을 터치해 잠든 몰랑이를 깨우는데, "너무 오고 싶었어, 초대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몰랑이의 대사가 마음을 찡하게 하더라고요. 현실에 지친 몰랑이가 꿈 속 세상에서 위로받는 것을 보면서 저도 함께 힐링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토리북에서 버킷 리스트가 적힌 몰랑이의 일기를 보면 '온천 여행을 가고 싶다', '친구를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등 정말이지 소소한 소원들로 가득합니다. 위로가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너머 유저들도 마찬가지죠.
게임의 로비 화면인 몰랑이의 방 상호 작용도 꽤 괜찮습니다. 잠든 몰랑이, 게임하는 몰랑이를 감상할 수 있어요. 창문을 통해 날씨도 바꿀 수 있고요. 공중에 띄우면 몰랑이가 바둥바둥 하는데 꽤 깜찍합니다.
■ 할 건 많은데 딱히 재미는 없네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뭘 하는 게임인지 제대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스타일링이 주력인가 하면 미니 게임을 플레이해야 레벨이 올라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고, 퀘스트로 재화를 수급해야 상점에서 의상 등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더라고요.
튜토리얼을 스킵하지 않고 플레이했지만 '그래서 대체 뭘 하라고…?'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선 이것 저것 콘텐츠를 플레이해야 하는데, UI · UX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난잡하게 콘텐츠가 흩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게다가 주요 서브 콘텐츠인 일일 퀘스트, 미니 게임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가령 일일 퀘스트를 예로 들어보죠.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는 목적은 재화를 얻기 위함입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조건에 맞는 아이템을 보유해야 하는데, 대부분 상점인 몰랑 숍에 가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게 됩니다. 결국 퀘스트로 획득하는 재화 양보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 양이 많아지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랄까요.
미니 게임은 다른 몰랑, 돋보기 몰랑, 숨은 몰랑, 몰랑팡 등 어렵지 않은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냥 몰랑이가 등장하는 다른 그림 찾기, 숨은 그림 찾기, 애니팡 같은 단순한 클리커 형 퍼즐이에요. 경험치 파밍만을 위해 존재하는 지루한 숙제나 다름없죠.
■ 코디 아이템에 영혼이 실종됐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점은 메인 콘텐츠인 코디 아이템에 성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등급에 따라 디자인에 차등을 두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구멍 난 옷을 꿰맨 듯한 기운 자국은 선을 넘었다고 봐요. 차라리 고급 아이템의 디테일을 살리는 게 나았을 겁니다.
기자는 아이러브니키, 앨리스 클로젯, 걸 글로브 등 여러 패션 코디 게임을 플레이해 왔습니다. 그런데 낮은 등급 아이템이라고 꿰맨 거적때기를 주는 게임은 처음 봤어요. 몰랑이 캐릭터 특성상 코디 아이템을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은 이해합니다만, 굉장히 안일한 해결책이죠.
특히 꾸미기로 분류되는 아이템은 그냥 이미지를 편집하는 느낌입니다. 크기 조정이나 좌우 반전, 개체 우선도 등의 기능을 보자 내가 포토샵을 켠 건지 모바일 게임을 켠 건지 순간 헷갈리더라고요. 코디 게임은 어울리는 아이템을 매치하는 재미로 플레이하는 편인데, 이 게임은 코디보다는 콜라주를 연상시켰습니다.
공유 일기나 몰랑이 꾸미기 대회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코디 게임에 항상 포함되는 의상 제작 기능은 왜 없는지 의문이에요. 코디나 스타일링 위주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아이템을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몰랑 숍에서 골드나 다이아로 구매하는 방법 외의 아이템 입수 경로가 존재하지 않아요.
■ 엉성하게 기웠지만 제법 귀엽긴 하네
개발사 시프트릭에 의하면 몰랑이의 꿈 속 옷장은 출시 예정 판타지 힐링 게임 '몰랑월드-환상모험'을 미리 체험하기 위한 목적의 쉽고 심플한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미완성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코디나 스타일링이 메인인가 하면 코디 아이템엔 성의가 없고, 미니 게임은 난이도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클리커 장르로 유저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죠. 남은 것은 귀여운 몰랑이밖에 없었네요.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도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이유를 잘 찾지 못했어요. 다만 '몰랑이 게임'에 의의를 두고 플레이하신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코디보다는 프리 소스 몰랑이 이미지로 콜라주 하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사랑스러운 몰랑이 이미지를 보고 싶다, 스티커 코디 놀이 감성으로 몰랑이 꾸미는 것이 즐겁다 하시는 분이라면 이 게임, 몰랑이의 꿈속 옷장을 추천드립니다.
1. 귀여운 몰랑이
2.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아트워크
3. SNS 감성의 공유 일기
1. 성의 부족한 코디 아이템
2. 지루한 미니 게임
3. 여기저기 흩어진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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