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과 안철수의 대혈전, ‘엠·여·수’에 달렸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 2. 5. 1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 MZ세대·여성·수도권 당원의 표심이 당락 좌우할 듯
1월말 여론조사상으로는 安이 모두 앞서 있어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그리고 대혈전의 서막이 열렸다. 유력하게 출마가 거론되었던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 남은 후보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김기현과 안철수 두 의원의 양강 구도로 당대표 선거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경원과 안철수 두 사람에 가려 3위 내지 4위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갈등이 불거졌고 사임 수용이 아닌 해임 충돌로 이어졌다. 장고 끝에 나 전 의원은 '솔로몬 왕의 아기 사례'를 인용해 '진짜 엄마'를 강조하며 당대표 도전의 뜻을 접었다. 이 과정에서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올라간 인물은 김기현 의원이고 안철수 의원도 김 의원을 바짝 추격하거나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초박빙 접전 판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월26~2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김기현과 안철수 두 사람 중 누가 당대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김기현 37.1%, 안철수 60.5%로 안 의원이 오차범위 밖으로 김 의원을 크게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되었던 조사들보다 안 의원의 경쟁력이 유난히 더 높게 나타난 배경으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사실은 조사 시점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바로 다음 날부터 실시된 조사라 나 전 의원 지지층을 비롯해 비윤(非尹) 성격의 국민의힘 지지층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뭉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조사 이후 실시되어 발표된 조사들은 대체적으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거의 차이 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이 1월30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박성중 의원 의정보고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안철수 의원이 1월31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강북구 당협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 당원 투표 참여율이 결정적 변수될 듯

후보 간에 꽤 차이가 나는 조사 결과를 통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성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당원과 성격이 똑같을 리 없겠지만, 분석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가 있다. 첫째로 전당대회에서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연령대별 변수는 20·30대 즉 'MZ세대'다. 2021년 6월11일 전당대회 당시 당원 숫자가 30만 명 내외였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규모가 90만 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3배 정도 더 되는 수준이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당원 구성을 보면 50대와 60대 그리고 70대 이상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겠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되었던 지난 전당대회 직전부터 최근까지 '이대남'을 중심으로 MZ세대의 신규 당원 가입자가 늘어났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의 연령대별 지지율을 보면 20대(만 18세 이상)에서 안철수 73.5%, 김기현 26.5%로 나왔고 30대는 안철수 77%, 김기현 17.2%로 나타났다(그림①). MZ세대에서 안 의원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인 조사 결과다. MZ세대 당원들이 실제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와 거의 유사한 투표를 하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MZ세대의 상대적 비중이 커진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결국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MZ세대 당원의 투표 참여율이 결정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두 번째로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들의 핵심적인 투표 기준은 '수도권 지역 표심'이다. 알려진 국민의힘 당원 구성 비율에 따르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포함한 지역이 전체 당원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과 안 의원 모두 영남권 중 PK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울산 지역구에다 울산시장 출신이고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안 의원 역시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고등학교도 부산에서 다녔다. PK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거의 승부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PK 지역(국민의힘 지지층)은 김기현 38.9%, 안철수 57.2%로 안 의원이 우위를 차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영남 지역이 중요함에도 이번 전당대회는 수도권을 무시하기 어렵다. 수도권 121곳의 지역구 중에서 국민의힘 의석수는 고작 20석도 되지 않는다. 안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안 의원이 최소 15%포인트 이상 김기현 의원을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그림②). 수도권 표심이 그 어느 때보다 결정적인 시점에 김 의원은 '식빵언니' 배구선수 김연경과 '영원한 레전드 가수' 남진과 한 모임 행사장에서 만난 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을 찍고 두 유명인이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표기해  SNS에 올렸던 행동으로 논란에 휩쓸리고 말았다. 신입 당원 가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당원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

윤심 위에 당심…당심은 민심과 괴리되지 못해

끝으로 전당대회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당원 변수는 '여성 당원들의 집단 표심'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조차 선언하지 못하고 도전을 접었던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배제하기 어렵다. 나 전 의원의 경쟁력이 지난 연말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여성 지지층으로부터는 지지율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었던 거의 유일한 여성 중진 정치인임에도 오히려 그는 여성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선거 전략에서 기본은 자신의 강점이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투표층 또는 유권자층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그러나 여성을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여성 응답자층으로부터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의 여성 응답자층에서 안철수는 50.8%, 김기현은 45.1%로 나타났다(그림③). 당대표 선거 판세가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면에서 여성 당원의 투표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선출의 가장 큰 영향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윤심)'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윤심 위에 당심이 있고, 당심은 민심과 괴리되지 못한다. 결국 당원 100% 투표로 전당대회 룰이 정해져 있으므로 당심이 민심이고 민심이 당심이 돼버렸다. 직전 전당대회와 달라진 당원 구성을 반영하면 당대표 자리는 M(엠)Z 세대의 당심, 여성 당원들의 선택 그리고 수도권 당심의 총선 대응에 달렸다. 즉 '엠·여·수'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가 결정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