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아닌데"… 소유분산 기업 강제 구조개편 시끌

강길홍 2023. 2. 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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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후속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1분기 중 내놓기로 했으며, 비금융사까지 포섭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위해서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금융사들이 공기업도 아닌데 정부가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로 고치겠다는 것은 주요 선진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후속 대처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세훈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위원장 지시로 TF 등 논의 체계 구성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이슈가 금융 이외의 부분들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지 등을 더 논의해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위원장이 업무보고 지시 사항들을 잘 챙겨달라고 내부에 당부한 만큼 지배구조 이슈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관여)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 회장 선임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들의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화두로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광범위한 지배권을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장기 연임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TF 등을 꾸려 소유분산 기업들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강화와 이사회 기능 제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까지 포함하는 만큼 '상장사'로 범위를 넓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이슈로 접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금융위는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 할 방침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해당 조항 등을 근거로 내린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내놓을 개정안은 대표이사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해주게 된다. 이사회와 관련해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확화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사 관계자는 "미국 금융당국이 JP모건이나 씨티은행 같은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간여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정부가 시장 규율 대신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사 경영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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