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불멸의 클래스[리뷰]

김원희 기자 2023. 2. 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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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중 베토벤 역을 맡은 박은태. EMK 제공



“클래스는 영원하다.”

유명 축구 감독이 한 이 명언은 ‘진정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기의 천재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베토벤의 명곡을 감상할 기회를 누가 마다할까.

지난달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베토벤’은 비밀에 싸인 그의 사랑에 대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실제로 베토벤이 숨을 거둔 뒤 그의 비밀 서랍에서는 부치지 못한 편지 세 통이 발견됐고, 열렬한 사랑 고백이 담긴 편지들에는 그가 언제 어디서 그 편지를 썼는지만 남아있을 뿐 그 ‘불멸의 연인’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베토벤’은 수수께끼의 연인을 안토니 브렌타노(토니·1780~1869)로 설정, 베토벤이 그 불멸의 사랑을 통해 음악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모든 넘버를 베토벤의 원곡을 편곡해 선보인다. 1막의 오프닝넘버인 ‘사라져 가’부터 교향곡 7번 2악장의 웅장함으로 기대를 끌어올린다. 이후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 소나타’ ‘월광 소나타’ ‘미뉴에트 G장조’ 등 유명한 베토벤의 명곡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귀를 사로잡는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모습. EMK 제공



몇 세기를 사랑받은 명곡을 넘버로 차용한 것은 뮤지컬 매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도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종의 ‘치트키’를 쓴 셈인데, 이는 지난 4일 진행된 공연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 또한 완벽하게 사로잡으며 영리한 선택이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날 베토벤 역으로 나선 박은태는 농익은 목소리로 클래식을 편곡한 넘버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것은 물론, 애절한 가성과 진중한 중저음을 오가는 강약 조절로 베토벤의 정신적 고뇌와 감정 변화를 완벽히 표현해내며 감동을 안겼다. 또 커튼콜에서는 무대를 향해 지휘석에 서서 출연진 전원의 합창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베토벤다운’ 연출로 뭉클함을 안기며 기립박수와 함성을 끌어냈다.

‘러브스토리’라는 구성 또한 부담 없이 다가가기 좋다. 스토리 자체의 신선함은 다소 부족하나 베토벤이라는 인물의 전기를 그리기보다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모습. EMK 제공



노래와 스토리는 친숙하지만, 초연임에도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 세계적 스테디셀러 작품을 빚어낸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EMK와 만나 7년여에 걸쳐 제작한 대형 뮤지컬인 만큼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체코 프라하까지 순식간에 오가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무대 연출과 전환을 선보여 시선을 뺏는다. 또 각각 베토벤의 고뇌와 번뇌로 마무리되는 각 막의 피날레 역시 화려 연출의 정점을 찍으며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베토벤’은 베토벤 역에 박효신·박은태·카이, 토니 역에 옥주현·윤공주·조정은 등 최정상급 배우들이 나서 호흡을 맞춘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음 달 26일까지 공연된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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