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워치]'신장질환 빈혈' 먹는 치료제의 등장

권미란 2023. 2. 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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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GSK의 '제스두브록' 승인…10조원 시장 판도변화 주목
JW중외제약 등 국내 기업도 신성빈혈 경구제 대응 준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성빈혈', 쉽게 말해 만성 신장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빈혈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먹는 약이 등장했습니다. 기존에 신성빈혈 치료제는 주사제형에 집중돼 있었는데요. 1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판도가 변화할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일(현지시각)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신성빈혈 치료제 '제스두브록'(성분명 다프로두스타트)을 승인했습니다. FDA는 최소 4개월 동안 투석을 받은 성인의 만성 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 증상에 ‘제스두브록’을 사용하도록 허가 승인을 했는데요. 투석을 받지 않는 환자 치료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번 FDA의 제스두브록 승인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FDA가 신성빈혈 치료제 중 먹는 경구용 치료제를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 치료제로 FDA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했습니다.

먼저 만성 신장질환의 발병 원인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골수에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의 부족 현상이 나타납니다. EPO가 부족하면 적혈구 수가 감소하고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이 떨어지면서 빈혈이 나타납니다. 이를 신성빈혈이라고 부릅니다. 

그동안 신성빈혈 치료제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전자 재조합 제제인 적혈구 생성 자극제(ESA)가 신성빈혈의 보편적 치료제로 사용됐습니다. ESA는 EPO를 간헐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적혈구 생성을 유도하는 주사제입니다. ESA는 1세대인 에포에틴 알파, 2세대인 다베포에틴 알파, 3세대인 메톡시폴리에칠렌 글리콜-에포에틴 베타 등으로 나뉘는데요. 현재까지 개발된 ESA는 피하주사(SA)나 정맥주사(IV)입니다.

주사제형인 ESA는 투약의 불편함과 의료비 부담이 높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빈혈을 강력하게 제어하기 위해 농도를 높여 투여하면 고혈압 및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 폐색 유발, 암 질환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도 있습니다.

기존에 신성빈혈 치료에 사용된 ESA로는 암젠,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필두로 국내에서도 LG화학,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이 바이오시밀러(제네릭)와 바이오베터(개량신약)를 개발해 국내외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제스두브록은 경구용 저산소 유도인자 '프롤린 수산화효소 저해제'(HIF-PHI)입니다. 저산소 유도인자(HIF)는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데요. 이 HIF를 분해하는 프롤린 수산화효소를 억제해 EPO 생성을 촉진합니다. ESA 주사제와 달리 저온보관이 필요 없고 투여도 편한 것이 장점입니다. 

FDA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제스두브록의 성분인 다프로두스타트는 EPO와 유사한 목표 범위 내에서 투석환자와 비투석환자에서 모두 헤모글로빈 수준을 개선 및 유지시켰으며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 위험은 적혈구생성자극제(ESA)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비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안전성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투석을 받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승인을 하지 않은 겁니다.

제스두브록이 FDA 효과성과 안전성을 근거로 승인을 받긴 했지만 부작용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FDA는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고혈압, 혈전성 혈관 사건, 복통, 현기증 및 알레르기 반응 등을 꼽았습니다. 

이에 제스두브록의 안전성 관련 경고문에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폐, 다리 또는 투석 접근 부위의 혈전을 포함한 혈전성 혈관(혈액 응고) 위험 증가를 언급했습니다. 또 제스두브록의 경고 및 예방 조치사항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혈압 상승 악화, 위 미란 및 위장관 출혈을 포함했습니다. 

사실 FDA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프롤린 수산화효소 저해제'는 제스두브록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에는 피브로젠과 아스텔라스의 '에브렌조'(성분명 록사두스타트), 지난해에는 오츠카와 아케비아의 '바프세오'(성분명 바다두스타트)가 FDA에 도전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요. 당시 FDA는 2세대 ESA 암젠의 ‘아라네스프’와의 안전성에 대한 비열등성 입증 실패를 이유로 두 제품의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FDA에 도전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국산 경구용 '프롤린 수산화효소 저해제'가 있는데요. 바로 JW중외제약의 에나로이정(성분명 에나로두스타트)입니다. 제스두브록과 같은 '프롤린 수산화효소 저해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승인을 받고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신성빈혈 경구용 치료제들이 같은 기전을 갖고 있지만 이전까지 FDA의 까다로운 기준을 넘은 약물은 없었습니다. FDA가 최초로 제스두브록 승인을 하면서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의 여파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신성빈혈 치료제의 시장 대응에 속속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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