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식 줄이고 반찬 빼고…고물가에 무료급식소 휘청

천경환 2023. 2. 5. 08: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주시 수동에 있는 천주교 성 빈첸시오회관에서 취약계층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박경숙 사무장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를 실감한다.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신도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1991년부터 32년째 노숙자, 홀몸노인 등 배고픈 이웃 100여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재료비는 물론 가스·전기 요금까지 오르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급식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가스비 등 공공요금에 식자재값 치솟자 부담
저렴한 가격에 아침 제공하던 천원식당도 가격 올려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마음 같아선 매일 한 끼씩 드리고 싶어요. 간식이라도 넉넉히 챙겨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에요"

추위 뚫고 따뜻한 밥 한 끼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주시 수동에 있는 천주교 성 빈첸시오회관에서 취약계층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박경숙 사무장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를 실감한다.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신도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1991년부터 32년째 노숙자, 홀몸노인 등 배고픈 이웃 100여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매일 점심마다 급식을 제공했지만 코로나19로 급식소 운영이 중단된 후로는 대면 배식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만든 도시락을 나눠줘 왔다.

정부 방역지침 완화로 대면배식이 가능해지면서 점심배식 재개를 고려하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탓에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박 사무장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 1만원 정도 하던 깐마늘이 30% 올랐고 가스비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배 뛰었다"며 "회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전처럼 매일 점심을 제공하기는 부담스러워 급식 횟수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후원의 손길마저 줄어들어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박씨는 "예전에는 과일·떡 같은 후원물품도 많이 들어왔는데 작년 중순부터 아예 끊겼다"며 "간식으로 5개씩 주던 라면을 이제는 1개씩밖에 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재료비는 물론 가스·전기 요금까지 오르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급식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시설은 밑반찬을 저렴한 메뉴로 대체하거나 양을 줄이는 방식의 고육책으로 물가 상승을 버텨내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무료 경로식당을 운영하는 청주종합사회복지관도 나물반찬 대신 김자반 같은 가공식품으로 한 끼 식단을 짜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청주시가 지난달부터 노인 1명당 4천원씩 지급하는 지원금을 500원 인상했지만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다 먹고도 남을 정도로 푸짐하게 준비했을 반찬도 요즘에는 인원수에 딱 맞게 준비한다.

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데 양이 부족해 곤란할 때가 많다"며 "고기반찬은 물론 제철음식을 자주 해드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15년째 청주 남이면에서 단돈 1천원에 아침밥상을 제공하는 만나김치식당 주인 박영숙(70)씨도 물가 인상을 버티지 못한 채 최근 고육지책을 내놨다.

작년 5천원대였던 대파 한 단 값이 2배 이상 올랐고, 한 달 80만원 나오던 액화석유가스(LPG) 지출액도 이번에는 130만원으로 늘었다.

박씨는 "아침 식사비를 올릴 수 없어 점심 메뉴를 10년 만에 1천원 인상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천원 백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kw@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