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기여자 울산정착 1년] ③우려 딛고 안착…남은 과제도

허광무 2023. 2. 5.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교육청·현대중, 교육·주거 등 지원…기여자들 적응 노력으로 보답
직업 선택, 경제적 자립 등 불안요소도…"모범사례 되도록 관심·지원 이어져야"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편집자 주: 탈레반 집권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40% 정도가 울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150여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잡다 보니 논란도 있었습니다. 현재 이들이 지역주민 일원으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 역할도 조명해보는 기획 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울산 정착 1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착 초기 지역사회에서 불거진 반감과 우려를 고려한다면, 현재까지는 무탈하게 생활하는 그들을 대상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평가를 하는 것에 이견이 없을 듯하다.

다만 이런 인식에는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역할을 분리, 이주민들을 평가를 받는 객체로만 대상화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작 울산에 정착한 특별기여자들은 직업 선택에 제약을 받으면서, 당장 경제적 자립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1년간 정착 성공'이라는 평가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완전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녹아들 때까지 세심하고 꾸준한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다.

졸업장 받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 1월 5일 울산시 동구 서부초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이날 졸업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의 자녀 3명이 졸업장과 꽃다발을 손에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1.5 [울산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기 일부 주민 반발 딛고 '성공적 정착'…민관 지원, 기여자 적응 노력 '성과'

특별기여자들의 울산 정착 과정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들의 울산 유입 당시 지역사회에서 제기됐던 우려와 반발을 떠올려본다면, 그런 평가는 당연해 보인다.

1년여 전 특별기여자들이 울산시 동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일부 주민을 중심으로 강한 반감이 표출됐다.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과의 소통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더구나 한국인들에게 다소 이질감이 있는 그들의 국적과 종교는, '불편한 동거'를 그저 기피하고 싶은 정서를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민관의 꾸준한 노력, 지역사회 일원이 되고자 하는 특별기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는 그런 여론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동구청은 관계 기관, 주민과의 간담회를 열어 '낯선 이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려 했다.

울산시교육청도 특별기여자나 동구 주민 모두 중요하게 여긴 자녀 교육 문제가 원만하게 풀리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현대중공업은 생계유지에 당장 필요한 일자리와 주거지를 제공, 특별기여자들이 당당하게 사회구성원 역할을 하도록 도왔다.

특별기여자들은 지역민의 큰 관심과 일부 반감을 잘 이해하고, 지역사회에 녹아들고자 성실하게 생활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지원과 노력으로, 이제 1년 전 제기된 불안과 우려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특별기여자들도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한다"고 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내고 있다.

동구 한 주민은 "정착 초기에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우르르 함께 다니면 왠지 모르게 경계하고 피했던 기억이 있다"라면서 "그분들이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도 들어서, 이제는 그들을 봐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여긴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착은 성공적'이라는 현시점 평가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평가 주체는 한국인에 제한되고, 특별기여자들은 평가를 받는 대상이자 객체 위치에 머문다는 점이다.

즉 새 이웃을 수용하는 기존 지역민 시각에서 '새로 온 이웃들이 별다른 말썽 없이 착실하게 생활한다'며 만족스러운 평가를 한 것일 뿐, 정작 특별기여자 당사자들 목소리는 생략된 실정이다.

이제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 여부를 따지는 평가가 아니라, 특별기여자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면서 대한민국 공동체에 완전히 밀착해 정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 일부가 지난해 2월 7일 울산 동구에 도착하는 모습[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직업 선택 제약, 경제적 자립 요원…"모범사례 남도록 관심 이어져야"

특별기여자들은 속 시원히 말 못 하는 고충을 품고 있다.

갑작스럽게 고국을 떠나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모든 불편과 고민을 당연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가령 직업 선택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울산에 정착한 특별기여자 가정의 가장들은 모두 현대중공업 엔진 분야 협력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일이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별기여자 대다수는 고국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지 않았던 터라, 대형 조선소에서 이뤄지는 현장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이 힘에 부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직업에 대한 그들의 고충은 노동 강도에 대한 단순한 수준의 불만이 아니다.

고국에서 평소 해왔던, 또는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할 만한 직업에 대한 접근이 현실적으로 제한된 데 대한 좌절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치과의사를 했던 한 특별기여자는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있었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든지 한국에 오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라면서 "그러나 요즘은 직업을 되찾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며, 잠들 때마다 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별기여자들이 원래 직업을 살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언어 장벽을 비롯한 여러 현실적인 한계로 원하는 직업이나 직종을 희망할 수조차 없는 현재 여건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특별기여자들의 완전한 경제적 자립도 남은 과제다.

그들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옛 사택에서 거주 중이다.

현재 주거지는 2년 기한으로 지원되는 조건이어서, 앞으로 1년 더 생활하면 각자 새 보금자리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다만 특별기여자들은 본인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도망치듯 고국을 떠나온 터라, 대다수가 수중에 재산이 없다.

가장들의 근로 소득으로 생활하는데, 2년간 모은 돈으로 1년 후 주거지를 구하는 등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가구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1년간 초기 정착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완전한 자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착 1년이라는 단기 성적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특별기여자들이 더는 지역사회의 특별한 관리를 받지 않는 평범한 구성원이 될 때까지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특별기여자들의 한국 정착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이주민 유입 사례이며, 집단 이주민 관련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다"라면서 "초기에 일부 반발에 맞서 그들을 이웃을 받아들이자는 성숙한 여론도 높았으며, 여기에 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르면서 현재까지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현재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에서 보듯 이주민과 관련한 문제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라면서 "울산의 사례가 이런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낸 선례가 되도록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촬영 김용태]

hkm@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