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만들어도 실어보낼 배가 없다"…중견 완성차업체들 '비명'

권혜정 기자 2023. 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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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2배 오른 가격에 車운반선 계약…르노코리아 협력사 '호소문'
정부, 컨테이너 투입 등 대책 마련 분주…車 업계 "근본적 해결책 아냐"
경기도 평택항. (자료사진)2022.9.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자동차 운반선 공급난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올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운반선 구하기에 애를 먹은 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자동차 운반선 업체와 재계약을 맺는 한편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수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기존 계약을 맺어오던 자동차 운반선사와 수차례 협의 끝에 올해 2년단위 재계약을 마쳤다. 다만 올해에는 직전 금액보다 2배가량 높아진 가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통상 1회 운반시 2000~3000대의 차량을 운반선에 실었으나 이 역시 500~800대 수준으로 줄었다. 비싼 가격에 더 적은 물량을 실어 나르게 된 셈이다. 쌍용차는 부족한 수출물량을 컨테이너선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코리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본사(르노그룹)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 운반선 부족 문제를 어렵게 한 건, 한 건 해결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어 "물류비는 올랐고, 예전에 쓰던 큰 운반선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쉽게 말해 유럽을 가야 하는데 전세기를 구해야 하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르노코리아에 있어 수출은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1만7020대를 수출하며 전년 대비 63.3%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사실상 해외 판매량이 르노코리아의 실적 전반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에도 국내 시장보다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운반선 부족 문제는 직격탄이다. 실제 지난 1월 르노코리아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다. 르노코리아 측은 "자동차 전용 선박 확보난과 높아진 수출 물류비로 어려움을 겪은 결과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르노코리아 협력업체들도 목소리를 냈다. 협력업체들은 최근 호소문을 내고 "높은 운임을 주고도 수출 선박을 어렵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운임과 선박 확보난의 이중고로 자동차 수출 경쟁력은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현대차와 기아는 자회사 현대글로비스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선박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GM도 본사 차원에서 장기로 계약을 맺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2021.9.16/뉴스1

자동차 운반선 공급 부족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극동발 자동차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전세계적인 자동차 운반선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 운반선은 대표적인 특수 선종으로, 운반 화물이 제한적이라 소수의 선사들만이 제한된 수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운송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글로벌 선사들이 신조 발주를 자제함에 따라 전세계 자동차 운반선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약 770척에서 현재 약 750척으로 줄었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운항을 멈추거나 폐기된 선박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업계 예상과 달리 자동차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자동차 운반선의 하루치 운임은 지난해 1월 3만8500달러에서 같은 해 11월 10만5000달러로 높아졌다.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까지 이같은 문제가 번지자 최근 정부는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컨테이너를 통해 수출하는 등 대체 수출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자동차 운반선 부족 현상이 가장 극심한 극동아시아-유럽 항로의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유럽 기항 선사를 중심으로 유럽향 컨테이너선의 일정 선복을 자동차 대체 수출 전용으로 할당하겠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천대까지도 실을 수 있는 자동차 운반선과는 달리 컨테이선의 경우 실을 수 있는 자동차 대수가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을 활용할 경우 부산항 등으로 차량을 탁송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반선 전용 부두가 있는 평택항에는 대형 크레인 등 컨테이너 하역 장비가 없어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운반선과는 구조와 용도 자체가 달라 자동차 운반에는 적절치 않다"며 "또 컨테이너선 운반으로는 수출 물량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고, 높아진 물류비는 결국 자동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칫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자동차 운반선 부족난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르노코리아 협력사들도 호소문을 통해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 경제를 위해 해상 수출입 물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초과 이익을 달성한 프랑스 선사들의 운임을 동결하거나 할인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기업 수출을 위한 선박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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