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소시지 명칭에서 유래한 '독소'…비너스의 미약으로 탄생

'주름개선제 성분 '보툴리눔톡신'…80여명 사망 사건으로 관심↑
1895년 균주 발견 후 미국서 2002년 '미간주름 개선' 적응증 획득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주름살은 대표적인 노화 증상 중 하나다. 수축을 반복하는 근육이 나이가 들면서 복원할 능력을 상실하면서 오는 현상이다.

의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성 물질에서 돌파구를 찾아냈다. 대표적인 주름 개선제로 미국 엘러간사의 '보톡스'가 유명하다.

보톡스 성분 '보툴리눔톡신'의 '톡신'은 말 그대로 독소를 뜻한다. 오래되거나 멸균되지 않은 음식물 등에서 생성되는 신경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은 운동신경과 근육의 접합 부위에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근육수축을 막고 마비시킨다.

독이 아닌 의약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용량 조절이 필요했다. 극소량의 보툴리눔톡신은 근육 수축 억제로 주름을 펴는 신비한 미용 전문의약품으로 탄생했다.

◇1793년 86명 사망 사건, '보툴리눔 중독' 첫 사례로 기록…1895년 균주 발견

보툴리눔톡신은 보툴리눔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의 하나다.

첫 중독 사례는 1793년 독일의 한 마을에서 나온 것으로 기록된다. 당시 이 병에 1802명이 걸렸고, 그 중 돼지 위를 먹은 86명이 사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에도 치명적인 식중독 사례가 추가됐고, 독일 당국은 1817년 훈제 소시지 섭취를 경고하기도 했다.

1880년대 들어 독일 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는 해당 독소에 대해 "혐기성 조건의 안 좋은 소시지에서 발생하고, 생물학적 물질이며 신경계에 작용해 소량으로도 치명적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소시지 독소가 과민성 신경계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최초의 가설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이 소시지가 라틴어로 '보툴루스'이다. 소시지 중독을 설명하기 위해 '보툴리누스 중독'이란 용어가 만들어졌다.

1895년 벨기에의 미생물학자 에밀 반 에르멘겐이 현재 우리가 아는 혐기성 박테리아의 일종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을 발견했다. 아울러 이 박테리아가 생성한 독소가 보툴리누스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의 균주 A형과 B형이 식별됐고, 이 두 균주 기반으로 보툴리눔톡신 의약품이 개발됐다.

◇극소량으로 주름개선 도움…2002년 FDA 허가로 미용시장 발전 본격화

미국에서 실제 인체 실험이 진행됐다. 1970년대 들어 미국 안과의사 앨런 스콧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용 약물 사용을 신청하고 샌프란시스코 실험실에서 보툴리눔톡신 A형을 제조했다. 1977년 최초의 '사시'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했고, 1980년에 임상적 유용성을 보고했다.

스콧의 톡신 제조업체인 오큘리눔은 1989년 사시와 안검 경련 치료를 위한 용도로 보툴리눔톡신을 승인받았다. 그 뒤 1991년 앨러간사가 오큘리눔을 인수하고 제품명을 보톡스로 변경했다. 보톡스가 2002년 FDA로부터 '중등도에서 중증의 미간주름 개선'의 적응증을 승인받으면서 미용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국내 2008년 허가…주름개선 외 질환 치료용으로도 처방

신경계에 작용하는 보툴리눔톡신은 주름개선 외 질환 치료용으로도 쓰인다. 예컨대, 사시나 눈꺼풀경련, 소아뇌성마비 등 근육 완화가 필요한 증상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08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보톡스의 치료 적응증은 크게 10가지다. 이를테면 △12세 이상 눈꺼풀경련 및 사시 △2살 이상의 소아뇌성마비 환자에 있어 경직에 의한 첨족 기형 △경부근긴장이상 징후와 증상 △18세 이상 성인의 지속적인 중증도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근육경직 △18세 이상 75세 이하의 미간 주름의 일시적 개선 △성인 편두통 완화 △방광기능장애 △18세 이상의 신경인성 배뇨근 과활동성으로 인한 요실금 △18세 이상의 절박성 요실금, 절박뇨, 빈뇨 등이다.

주름개선은 비급여이지만 치료 목적일 경우에는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독소인 만큼 사용법이 잘못될 경우 마비와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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