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일자리… 올해 고용시장 한파 몰아친다

이한듬 기자 2023. 2.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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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일자리 창출 해법을 찾아라] ① 올해 취업자 급감 예상… 고용 질도 저하

[편집자주]국내 고용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80만명 넘게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올해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면서다. 양질의 고용을 위해선 경직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국내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에 맞춘 시니어 일자리 혁신도 필요하며 공정한 채용 기회를 가로막는 일부 기업 노조의 폐습도 막아야 한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 건강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살펴봤다.

지난해 7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권창회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얼어붙은 일자리… 올해 고용시장 한파 몰아친다
②민간 일자리 창출 핵심은 '노동개혁'
③"일 다운 일 없나요"… 시니어 일자리 혁신하려면
④부모가 스펙… 청년 울리는 고용세습
⑤'건강한 일자리' 창출, 헛구호 그치지 않으려면
채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공공기관은 물론 주요 기업들이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되는 추세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착시… 올해는 한파 예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08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81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0년(88만2000명) 이후 최대 증가폭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착시일 뿐이라는 평가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19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고용이 지난해 방역조치 완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고용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22년 고용은 일상회복 시행에 따른 경제활동 참가 증가, 비대면·디지털 전환 등 구조변화 영향 지속 등으로 이례적 호조세가 시현 된 것"이라며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채용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앞서 올해 취업자 수가 10만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실업률은 지난해(3.0%)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기관의 예상치는 더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신규 취업자 수가 9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더 낮은 8만4000명을 제시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지난해 고용이 이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일자리는 공공과 민간 모두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등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2만6000명)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정원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로 평가받는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 민간 채용에까지 경쟁이 심화 돼 고용시장 침체를 가속화 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민간 채용 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말부터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과 현대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카드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이어졌다. 유통가에서는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 등이 시장 침체와 수요 둔화를 이기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인력을 계열사에 재배치했고 최근 생산직에 이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공공·민간 구조조정 직격탄… 정부 노동개혁 속도


인력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2.2%는 현재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다.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 연령에서 증가했지만 60세 이상이 45만2000명 늘어나며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반면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의 경우 전년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는 정규직이 아닌 시간제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957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49만9000명(-2.5%) 감소한 데 비해 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802만8000명으로 2021년보다 132만2000명(19.7%) 늘어난 것. 특히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총 157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5000명 증가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초단시간 취업자는 각종 수당과 퇴직금, 유급 연차를 받을 수 없고 건강보험 직장 가입도 불가능해 이들의 증가는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 취약계층 맞춤형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률은 현재 청년 53%, 여성 57%, 고령자 66% 수준으로 주요 7개국(G7)의 2021년 평균 고용률은 청년 65%, 여성 67%, 고령자 70%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고용둔화에 대비해 '범정부 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설치, 고용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 시 비상경제회의와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가 민간 중심으로 확대되고 여성·청년·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활성화로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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