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좋았지" 걱정 많아진 상사업계…인수·합병 '몸집 불리기'
LX인터내셔널, 신사업 위한 '한국유리공업' 인수 마무리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상사업계가 지난해 역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호황을 누렸다. 본업인 트레이딩(중개무역)이 코로나19 일상회복 영향 수혜를 입었다. 최고 1400원대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도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 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꾸준하게 역량을 강화한 에너지 부문도 실적 견인차에 한축을 맡았다.
올해 실적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 내림세가 나타나는 등 미래 불안감이 커졌다. 기업들은 올해 인수·합병이란 카드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엔데믹 이후 트레이딩 성장…사상 최대 실적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7조9895억원, 902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54.2%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종합상사의 본업인 트레이딩은 고객사와 제조사의 수요에 따라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을 말한다. 지난해 일상회복을 맞기 시작하면서 소비심리가 폭발해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트레이딩에서 영업이익 약 3000억원을 창출했다. 지난해 4월 인수한 천연가스 기업 세넥스에너지도 389억원의 이익을 보탰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트레이딩을 앞세워 제일모직 합병(2015년) 이후 역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연간 매출 20조2180억원, 영업이익 3970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17%, 34% 증가한 성적표다.
트레이딩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화학·철강 분야에서 전체 매출 중 69%(13조9370억원)를 책임졌다.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 후 매각하는 사업개발도 지난해 약 600억원의 이익을 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6조1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다. 영업이익도 90.6% 증가한 668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계열분리(2016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이다.
오는 7일 실적 발표를 앞둔 LX인터내셔널도 역대급 실적을 예약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만으로 기존 최대 실적을 냈던 2021년 성적을 넘어섰다.
◇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몸집 불리고 위기 대응 나서
상사업계는 올해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소비 축소로 전반적인 트레이딩 물량 축소가 예상된다. 1200원대로 떨어진 달러·원 환율도 실적에 부담이다.
실적 성장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포스코인터내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3.3% 떨어진 7억9662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14% 감소한 4조2260억원의 매출을 내놨다.
상사업계는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경기 위기 돌파를 선언했다. 기존 보유한 역량 강화뿐 아니라 신사업 진출로 다각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1월1일부로 LNG(액화천연가스) 저장과 발전을 맡았던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했다. 기존 호주 세넥스를 통한 탐사부터 저장-발전으로 이어지는 LNG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보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LNG 시세는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톤당 LNG 현물 가격은 125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올랐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국내 유리제조 기업 한국유리공업 인수 작업을 최종 마무리했다. 주식 100%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5904억원이다.
한국유리공업은 빌딩·주택 창에 주로 쓰이는 판유리와 코팅유리를 주력 생산·판매하는 유리 제조 기업이다. 2021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00억원, 365억원이다. 앞으로 건설 공급과 리모델링 확대에 따라 유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합병 이후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이익 체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가스전 추가개발과 LNG 터미널 확장 등 신사업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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