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불붙는 핵무장론, AI 생각은 어떨까 [박수찬의 軍]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였던 1945년 8월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 이래 핵은 전쟁과 국제정세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인식됐다.
인공지능(AI)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의 핵무장론은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나 온라인에서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언급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방부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핵에 대응한 실질적인 한미 확장억제 강화와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핵개발에 대한 언급을 꺼내는 것이 예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는 해석을 낳았다.
챗GPT는 한국의 핵개발을 어떻게 평가할까. “AI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정책제안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질문에는 뚜렷하게 답을 했다.
먼저 챗GPT는 핵보유에 대한 국내 관점을 소개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문제이며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며 “어떤 이들은 핵무기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긴장이 고조되고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신중한 고민’과 ‘비확산’을 언급했다.
우선 핵무기를 가지면 북한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재래식 무기와 군사작전을 무력화하는 핵무기가 한국이 공격을 받을 때 방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핵보유를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핵을 보유하면 한국이 인도처럼 지역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얻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챗GPT가 NPT의 불공정성을 거론한 것은 특이한 부분이다. 챗GPT는 “일부에서는 NPT가 정의한 국가 간 핵무기의 불평등한 분배가 부당하며, 한국도 다른 국가와 동일한 핵보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언급헀다.
NPT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 이들 외에 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NPT 탈퇴 후 핵개발을 본격화했다.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에 대해 챗GPT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한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확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핵무기 사용 확률은 복잡한 지정학적, 전략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며 예측하기 어렵다”며 “핵 사용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답변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최근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거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RS는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일부는 핵무기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챗GPT는 “북한이 미사일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든 핵탄두를 장착하든,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전략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긴장완화의 중요성을 다시 거론했다.
북한이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탄두 생산을 거론한 사실을 지적했지만, 챗GPT는 요지부동이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군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최근 시험발사 가능성이 제기된 현무-5 탄도미사일은 탄두중량이 최대 9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을 극대화한 미사일로 북한 지하시설을 타격,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이외에도 현무-3 순항미사일과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이 실전배치되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으로 운용중이다. 미사일만으로도 북한 내 주요 전략목표를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챗GPT는 한국의 미사일 전력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관련 질문을 입력하자 한참 후에야 답이 올라왔다.
챗GPT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미사일 기반 억지력의 효과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미사일 정확도와 범위, 적의 효과적인 대응책 여부, 전반적인 전략적 환경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억제력의 신뢰도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한국이 분쟁에서 미사일을 사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적을 믿게 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동맹은 첨단 군사 기술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한반도 분쟁 시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높이므로 한국의 억지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미사일 기반 억지력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자위권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억지력의 신뢰도 제고, 위협 대응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한국과 지역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미사일 전력 외에 한미 동맹을 변수에 추가했을 때 나타났다. 억지력의 효과와 신뢰성,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은 예전과 다름없이 거론됐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강해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1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교란·파괴하는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선제타격과 유사한 개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챗GPT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징후가 감지되면 한국군이 먼저 파괴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챗GPT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문제”라며 “대량살상무기 파괴를 위한 무력 사용 등의 선제적 군사 행동에 대한 합법성과 윤리는 각 사례의 구체적인 상황에 달려 있으며 국제적 관점에서 사례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책에 대한 질의응답은 매우 복잡한 개념을 포함한다. AI가 답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기존에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분석가, 연구원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의견을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이 많았지만, 눈에 띄는 언급도 적지 않았다.
챗GPT의 언급이 틀리거나 부실할 수도 있다. 다만 ‘인터넷의 미래’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챗GPT가 앞으로 학습을 거듭하면,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용자의 인식을 바꾸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챗GPT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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