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설사커'는 꺾이지 않는다[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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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전 공격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국인 최초 발롱도르(세계 최고 선수상) 후보. 모두 설기현(44)을 수식하는 칭호들이다.

수많은 칭호를 가진 설기현이지만 그에게 가장 소중한 칭호는 바로 '경남FC 감독'이다. 지난 2020년 프로리그 첫 사령탑을 맡은 설기현 감독은 경남 팀을 어느덧 4년째 이끌고 있다. 온갖 고난에도 자신의 뚝심을 지켜온 설 감독은 2023년 경남 축구가 빛을 발할 적기라고 말한다.

스포츠한국은 경남FC의 2023시즌 대비 2차 동계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경상남도 밀양에서 설기현 감독을 만나 경남 사령탑으로서의 지난 3년과 올 시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경남FC 설기현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고난과 시행착오의 3년, 완성을 향해 가는 '설사커'

'설사커'라는 별명과 함께 K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공격축구를 선보인 경남FC. 설 감독과 경남의 다이나믹한 동행은 올해로 벌써 4년차를 맞이했다.

"감독 초기에는 하고 싶은 축구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경남을 3년 동안 맡으면서 득점까지 어떻게 풀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정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수비만큼 조직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상대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오든지 대응할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강팀을 만나면 조금 더 수비적으로 임하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경남이 해왔던 축구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에게 긴 시간이 주어진 것도 굉장한 운이다. 올해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설기현 감독 부임 후 경남의 3년은 매 시즌 다른 모습이다. 설 감독 부임 첫 해인 2020년 K리그2(2부리그) 3위를 차지한 경남은 무승부 시 상위 팀이 K리그1으로 승격하는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2위 수원FC에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골을 내줘 1-1 무승부로 아쉽게 탈락했다. 경남은 2021년 곧바로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가져갔지만 6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직전 시즌인 2022년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커 시즌 초반 주춤했음에도 이후 반등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희망의 해'였다.

경남FC 설기현 감독. ⓒ프로축구연맹

"굴곡이 있다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감독 부임 첫 시즌에는 경남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승격 문턱까지 갔지만 결국은 안 됐고, 두 번째 시즌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선수영입을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 세 번째 시즌에 와서는 많은 점들을 보완했음에도 쉽지 않았다. 네 번째 기회인 올해는 부족하고 불안정했던 모습들을 정리해서 초반부터 안정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경남의 경기를 보시는 분들이 '경남이 이런 축구를 하려고 지금까지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남FC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좋지 않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2일까지 경남FC의 보조금 집행실태에 대해 실시한 특정감사 결과 총 9건의 부적정 사항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점진적인 보조금 지원 비율 감소, 2025년까지 승격하지 못할 시 구단 해체 또는 K3리그 하향 검토 등 강력한 조치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설기현 감독 역시 K리그1 승격을 조건으로 1년 연임에 성공한 것이기에 부담이 적지 않다.

"어떤 상황이든 당연히 성적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게 맞고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결과를 낸다면 팀이 원하는 그림을 맞이할 수 있다. 경남은 도의 지원금과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그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팀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도전하겠다."

2023시즌을 앞두고 경남FC의 동계 전지훈련을 지휘하는 설기현 감독. ⓒ경남FC

▶감독 설기현에게 잊지 않을 '첫 팀' 경남FC

남다른 각오로 2023시즌에 임하는 경남의 장점을 묻자 설 감독은 "올 시즌 경남은 개인의 특별함보다는 전 포지션에 걸친 안정성이 두드러지는 팀이다. 경남을 이끌면서 선수들이 감독의 요구대로 움직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올해 선수들은 잘해주고 있다. 간절함이 드러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훈련을 거듭한다면 잘 준비된 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감독은 이어 "올 시즌은 완성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한 팀에서 감독을 4년째 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에 이 부분이 경남의 장점이 돼야 한다. 감독 부임 첫 해와 지금의 선수단을 비교해 보면 동일한 인물은 3명뿐이다. 경남이 그 정도로 현재 K리그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 꾸준히 펼쳐온 전술에 맞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온 것이다. 선수들이 익숙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더 완성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진정한 경남의 강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키 플레이어 한 명보다는 각 포지션별로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설기현 감독이 특히 강조한 대상은 바로 '어린 선수들'이다.

"지난해 주축 멤버들의 줄부상으로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준재, 이민기, 박재환, 박민서, 서재원 등 젊은 피들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고 현재 엄청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성장'을 한다. 매년 다른 선수로 느껴질 정도로 발전한다는 사실이 무서운 거다. '경남이 지난 시즌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젊은 선수들에 큰 믿음을 갖고 있다."

경남FC 설기현 감독. ⓒ프로축구연맹

그렇다면 '지도자' 설기현이 나아가려는 길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팀의 승격이다. 그다음 지도자로서의 목표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축구'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인가 한 가지를 밀고 나갔을 때 반드시 실패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점은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보완한다면 결국 완성에 이를 것이다."

설 감독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설기현에게 경남이란'이다. 미소를 지으며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전한 대답에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구단을 경험했지만 첫 팀에 대한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입단 전날 공항에 내린 것을 시작으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 로얄 앤트워프는 벨기에 리그에서 가장 약한 팀이었고 내가 그곳에서 뛴 기간은 고작 1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내게 색다르게 남아있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감독 설기현'의 프로 첫 팀이다. 이곳에 오랜 기간 머물며 지도자로서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게 큰 의미인 경남을 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경남FC 설기현 감독.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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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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