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피지컬 100', 운동 예능의 변화와 공영방송의 고민

성상민 문화평론가 2023. 2.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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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예능, 코믹함에서 신체 자체로 초점 변화
공영방송의 생존을 위한 고민
생존 이상으로 '공영방송'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미디어오늘 성상민 문화평론가]

소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가장 원초적 코미디는 '몸개그'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현대 코미디가 본격적으로 발달한지 100년 가량의 시간이 흐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는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인간의 신체는 때로는 말 한마디 보다 큰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아닌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방송 산업이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2023년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운동'과 '신체'를 소재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은 도구가 없던 때에도 생존을 위해서 몸을 움직여 왔고, 도구라는 문명의 이기가 손에 주어진 뒤에도 각자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신체를 단련해왔다. 방송은 인간이 자신의 신체능력 극한까지 도전하는 모습에 희열을 불어넣고, 서로의 신체 능력을 단련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일으켰다. 어떤 의미로는 운동 예능도 방송의 역사와 함께한 원초적인 포맷인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BC PD가 기획하고 연출했으며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피지컬 100'.

운동 예능, 코믹함에서 신체 그 자체로 초점이 변화하다

하지만 한동안 한국 운동 예능은 진지한 기색보다는 방송의 문화에 익숙한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강했다. 1970~1980년대 MBC의 대표 운동 예능이었던 '명랑 운동회'는 물론 2000년대 초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 코너였던 '대단한 도전', 비슷한 시기 KBS '쇼 여러분의 토요일'에서 방영된 '스포츠 오디세이' 등의 프로그램은 거의 다 이러한 부류의 프로그램이었다. '대단한 도전'에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보이며 '태릉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윤정수 같이 이따금씩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인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운동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 어설픈 모습으로 도전하다 실패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만드는 성격이 더 강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운동 예능이 등장했다. 비록 일본 TBS의 '스포츠맨 No.1 결정전'(スポツマンNo.1決定)이나 같은 방송국에서 1997년부터 25년 이상 꾸준히 방송하며 20개국 이상에 프로그램 포맷을 판매한 'SASUKE'의 영향을 너무 진하게 받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1999년 KBS2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코너로 첫 선을 보인 '출발 드림팀'은 본격적으로 진지한 자세로 운동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 선구적 예능이었다.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대형 세트에서 연예인과 일반인들, 또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대결을 겨루는 모습은 한창 IMF로 신음하던 한국에서 박찬호, 박세리의 선전과 더불어 한 주를 두근거리게 하는 소중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KBS2 '출발 드림팀'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KBS.

이후로 서서히 비슷한 경향의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한 축에는 '개인의 다이어트 등 신체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다수였다. 200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차승원의 헬스클럽'이나, 2011년 SBS '일요일은 좋다'의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다른 한 축에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도전 형식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별도의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MBC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댄스스포츠 특집'이나 '레슬링 특집 WM7' 같은 스포츠 중심 특집 기획, SBS '일요일은 좋다'의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나 KBS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었다. 여기에 두 축에 속하지는 않지만 2005년에 방송을 시작해 무려 2020년에 시즌 7 '뉴 비기닝'을 방송한 리틀 축구단을 소재로 한 '날아라 슛돌이'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나 기획에는 여전히 '웃음'을 강조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후반부가 될수록 점차 진지하게 스포츠에 열의를 지니고 도전하며 성취를 확인하는 모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렇게 주로 연예인들의 스포츠 도전이라는 요소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로 큰 인기를 모은 '오늘부터 운동뚱'이나 JTBC의 '뭉쳐야 찬다' 이후로 계속 등장하는 연예인과 전직 스포츠 스타가 뭉쳐 집단 스포츠에 도전하는 에능으로 이어졌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연예인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도전' 그 자체 초점을 맞추는 예능이 등장하게 되었다. 최근 시즌3가 방송 중인 SBS의 '골때리는 그녀들'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그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여자 축구', 그리고 직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여성 출연진을 최대한 참여시킨 결과 페미니즘 리부트 등의 사회적인 흐름과 합치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관련 이미지. 사진=SBS 홈페이지

피지컬 100,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이 만드는 신체에 대한 접근

최근 MBC가 제작하고, 별도의 지상파 방송 없이 매주 2편씩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공개 중인 '피지컬 100'은 이러한 경향에서 등장한 프로그램이다. 다만 근래 등장한 동종의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면 특정한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제목 그대로 '피지컬'(physical), 다시 말해 여러 운동 등으로 다져진 '체력'(근력, 신체 조건)에 더욱 파고든다는 점, 그리고 더욱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비중을 최대한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 '피지컬 100'의 모습은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목하기 시작한 변화와 이어진다. 정확히 언제, 누구로 인해서 이러한 변화가 생겼는지를 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2020년대 현재 이제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초 운동을 칭하는 '3대 운동'(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이라는 표현이 대중적으로 쓰일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인식이 넓게 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나, 해당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제작되어 심지어는 극장판으로도 선을 보인 웹 예능 '가짜 사나이'의 인기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주목을 더욱 키우는 것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동시에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요소가 한국에서 무척이나 보편적인 방송 포맷이 되었다는 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전에도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같이 서바이벌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CJ ENM 엠넷의 '슈퍼스타 K' 시리즈와 '프로듀스 101'은 더욱 본격적으로 서바이벌을 대중적인 장르로 쓰이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포맷 자체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대한 비판은 있어도, 이제 더이상 각자가 승리를 위하여 때로는 협력하지만 결국 서로와 끊임없이 겨루는 전개는 낯설지 않은지 오래다.

▲1월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피지컬 100'. 사진출처=넷플릭스.

이러한 두 변화를 기저에 두고 제작된 '피지컬 100'은 4화까지 공개된 2월2일 현재,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먼저 돋보인다. 한국에서는 '피지컬 100'이 거의 최초나 다름 없지만, 각자가 별다른 도구 없이 오로지 체력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세계적으로는 무척이나 오랫동안 써먹은 포맷이다. 앞서 '출발 드림팀'의 원형으로 언급했던 일본 TBS의 'SASUKE'처럼 한국에는 정식으로 들여온적이 없지만 미국, 영국 등 무수한 국가들에 포맷을 판매하며 세계적으로 체력 경쟁 예능에 하나의 큰 모델을 만든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MBC가 이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개하며 세계적으로 경쟁하기를 택한 이상, 단순한 아류작에 그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없었으리라.

'피지컬 100'의 기획을 맡은 장호기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처음부터 예능을 만든 것이 아니라 'PD수첩'이나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덕분일까. '피지컬 100'은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최대한 예능적 접근을 자제하는 느낌이 강하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들어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막을 끊임없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한국 예능과 달리 '피지컬 100'은 자막을 정말로 정보 전달이 필요한 최소한의 순간에만 사용한다. 진행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음성 내레이션으로만 정보를 전달하고, 그나마도 본격적인 경쟁이 진행되는 순간에는 더욱 말을 줄인다. 오로지 현장음과 배경음악만 들릴 뿐이다. 이러한 연출 속에서 대다수의 시청자가 흔히 생각하는 에능으로서의 감각은 줄고, 대신 '리얼 서바이벌'의 감각이 더욱 증대되었다.

참가자로 선정된 100명의 면면도 주목할 지점들이 있다. 참가자들 중에서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가짜 사나이' 시리즈에 등장하며 이름을 알린 '에이전트 H' 같은 유명 인사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비중이 훨씬 많다. 물론 그 대다수는 전현직 운동선수거나 운동을 중심으로 한 유튜버들이 많지만, 이러한 출연진 선정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들만을 위한 서바이벌이 아니라 정말 '신체능력' 그 자체에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유명세와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간, 또는 팀별로 제시되는 체력 중심의 과제를 중심으로만 겨루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의 포커스는 유명 인사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이 적지 않아도, '체력'만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진지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한 장면. 사진출처=넷플릭스 '피지컬100' 예고편.

공영방송의 생존을 위한 고민,
생존 이상으로 '공영방송'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 덕분일까. '피지컬 100'은 분명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공식 순위 통계에서 '피지컬 100'은 1-2화가 최초 공개된 지난 1월23일부터 29일까지 비영어 TV 시리즈 작품으로는 드라마 '더 글로리'와 '환혼'을 제치고 7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가입자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구 시청자들이 이미 이런저런 체력 경쟁 예능에 익숙한 가운데, 한국의 전형적인 예능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때로는 서구의 프로그램들과 유사한 연출 양식을 보이는 모습에 많은 시청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MBC를 비롯한 전통적인 방송국들이 2010년대 중후반 이후,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성장한 OTT에 여러 위기 의식을 느끼는 가운데, '피지컬 100'의 초반 흥행은 MBC에게 분명 고무적인 소식이리라. 이미 전세계 수많은 방송국들이 적극적으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자사 방송 없이 오로지 특정 OTT의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일은 의외로 흔치 않다. 해외에서는 OTT 독점 작품으로 서비스를 진행할지라도, 최소한 방송국이 위치한 본국에서는 자사를 통해 선방영하며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MBC는 이번 '피지컬 100'을 비롯해, '피지컬 100'이 공개된지 며칠 후인 1월 27일에 첫 선을 보인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에서도 철저히 '프로그램 제작자'의 입장을 취했다. 두 예능 모두 MBC가 제작을 담당한 작품이지만, MBC에서의 방송은 물론 MBC가 참여 중인 OTT '웨이브'로도 제공되지 않는다. 어찌보면 방송국 차원에서도 경쟁자이지만, OTT 차원에서도 강력한 경쟁자인 두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 제작사'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방송국이 참여하는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에서는 상당히 드문 모숩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MBC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다수를 포기할 정도로 OTT의 세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 수단을 얻고자 하는 필사적인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한 장면. 사진출처=넷플릭스 '피지컬100' 예고편.

어찌되었든 '피지컬 100'이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으니, MBC의 이러한 결단은 성공적이라 봐야할까. 하지만 그렇게만 넘어가기에는 곤란한 요소들이 아직 많다. 앞서 언급한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직종이나 분야, 성별를 가리지 않고 선발한 요소는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점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만, 3-4화의 선공개 영상에 담긴 '남성 참가자가 여성 참가자를 1:1 대결 상대로 지목한 뒤, 주짓수 기술로 명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기술로 제압하는 모습'이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이 다양성을 그저 표면적으로만 가져갈 뿐 실제 제작 단계에서 어떻게 적용시킬지는 세심하지 않았던 것도 그 단면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결국 MBC가 '공영방송으로의 정체성을 지닌 방송국'이라는 지점이다. 공영방송이라고 하여 마냥 엄숙하거나 딱딱할 필요는 없다. 보수적인 자세로 일관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그런 자세는 몇몇 국가의 공영방송에는 위기로 닥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공영방송이라는 지위는 결코 단순한 것도 아님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마다 개입이나 관여의 정도는 달라도, 민영 방송과 다른 공공적인 방송사가 되기를 택했기에 공영방송에 수신료 등 여러 재정이나 제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시청자들 또한 공영방송을 방송사 중에서도 좀 더 다른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공영방송사에 소속된 제작진의 입장은 다를 수 있어도, 이러한 구조 아래서 공영방송사가 지니는 위치는 공영방송사가 그저 민영방송사의 성공 방식을 그저 답습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표면적인 참가자 다양성 확보 이상으로, 그 다양성을 실제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으로 이어나가는 것의 부족함'의 문제에 더해, '피지컬 100'의 모습은 국내외 민영 방송사나 민간 프로덕션의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예능 특유의 분위기에 질린 시청자들과 해외의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소지가 되어도,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으로서 어떠한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지니고 제작되었는지에 대하서는 의문을 들게 할 수 밖에 없는 면모들이다.

물론 이미 이러한 체력 대결 예능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1990년대에는 세계적으로는 보편화되어 있던 종류의 예능이다. 그러나 동시에 영국 BBC, 미국 PBS, 일본 NHK, 독일 ZDF 등의 공영방송에서는 정말 그다지 시도하지 않던 종류의 포맷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 방송국이 이러한 포맷이 시청자의 화제가 될 것을 모르고 도전하지 않은 것일까. 직접적으로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지만, 아무리 참가자의 다양성을 갖춰도 결국 '체력'은 노약자나 장애인, 기타 사회적 소수자, 또는 일상적으로 신체 단련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기 어려운 삶을 지내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높게 지니기 어려운 스킬이기 때문이다. '일상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본격적인 체력을 논하는 순간 주기적으로 계획을 갖춘 운동과 식단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운동은 보편적인 것 같지만, 동시에 보편적이기 어려운 요소도 산적한 것이다.

▲일본 NHK가 장애인 운동 및 패럴림픽을 더욱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각각의 장애인 운동 종목을 다루는 프로그램 '애니×파라'(アニ×パラ)의 장면. 사진출처=NHK 홈페이지.

그러기에 해외 공영방송은 인간의 신체와 체력을 말을 한다 할지라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꾸준히 '장애인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며, 올림픽 뒤에 열리는 국제 장애인 경기인 '패럴림픽'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장애인의 일상 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NHK가 대표적이다. 장애인의 운동은 비장애인의 운동에 비해 소외되기 쉬운 만큼, 공영방송이 확보할 수 있는 예산과 지위를 활용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신체를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방송 역사에서 언론통폐합 등을 거치며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이 민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만 한 것이 있고, 그러한 흐름이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어려워 공영성을 주창하기 점점 어렵게 되는 맥락이 있다. 그러한 맥락 아래 갑자기 공영방송사나 소속 노동자로 하여금 변하기를 요구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간의 관행을 이유로, 생존을 이유로 공영성에 대한 고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의 시도가 반복될수록 늘어나는 '수신료 폐지' 요구나 더욱 극단적으로는 '공영방송 자체에 대한 무용론'은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분명 지금의 상황에서 MBC를 비롯한 한국의 공영방송은 비슷한 위기를 겪는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여 있다. 허나 역설적으로 결국 기본을 고민하지 못한다면, 수렁은 더욱 깊어져만 가리라. 그것이 '피지컬 100'이 놓인 어떤 역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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