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거미, 곡절(曲節)에 곡절(曲折) 넘치네
기사내용 요약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기념 콘서트 '비 오리진' 펼쳐
전국 투어 피날레…5일 같은 장소에서 한차례 더 공연하며 마무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악곡의 마디를 가리키는 곡절(曲節), 복잡한 사정이나 까닭을 뜻하는 곡절(曲折).
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가수 거미(42·박지연)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비 오리진(Be Origin)'엔 이처럼 곡절이 넘쳤다. 히트곡과 팬들의 사연(事緣)이 가득했다.
거미는 지난 2003년 2월1일 정규 1집 '라이크 뎀(Like Them)'으로 데뷔했다. 이 음반의 더블 타이틀곡이었던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로 출발한 이날 공연은 초중반까지 연대기적 구성이었다.
정규 2집 '잇츠 디퍼런트'(2004) 타이틀곡 '기억상실', 정규 3집 '포 더 블룸(for the bloom)'(2005) 타이틀곡 '아니'와 '어른아이', 정규 4집 '컴포트(Comfort)'(2008) 타이틀곡 '미안해요' 등을 순서대로 들려줬다. 현재까지 낸 마지막 정규 음반인 정규 5집 '스트로크'(2017)의 '아이 아이 요(I I YO)'는 앙코르 곡에 포함돼 있었다.
'OST 여왕'으로 통하는 거미답게 그녀는 드라마 OST 히트곡 퍼레이드도 펼쳤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OST '눈꽃',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 OST '그대라서', '대물'(2010) OST '죽어도 사랑해', '태양의 후예'(2016) OST '유 아 마이 에브리싱(You are my everything)', '호텔 델루나'(2019) OST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등이다.
무엇보다 거미의 대표곡들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는 R&B 발라드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노래들이었다. 멜로디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코드 전개가 화려하며 화성적으로 충만한 곡들에 대한 향수가 일었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들었던 노래들이 기억과 감각을 스쳐 지나가 마음이 죄다 열리는 듯했다. 20년간 거미의 노래들을 들어온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거미를 최근 알았거나 그녀를 '조정석 아내'로 인식하고 있어도 공유할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실제 겪지 못한 것에 대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게 노래의 힘이니까.
무엇보다 노래에 다른 사람들의 곡절이 흘러들어와 이야기 화음이 더 풍성해졌다. 이날 공연장에 모인 이들이 실제 다 같이 체험했다. 거미는 콘서트마다 팬들의 사연을 같이 공유하는 라디오 형식의 코너도 꼭 진행하는데 이날 사연들은 더 특별했다.
학창시절부터 거미랑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이날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싶었다는 제주 출신 여성, 거미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가수 솔지와 대학 실용음악과 동기라는 서른다섯살의 세 아이 엄마 등이 직접 무대에 올랐다. 특히 세 아이를 둔 엄마는 자신의 인생곡이라는 '어른아이'를 거미와 함께 듀엣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가수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또 다른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사는 그녀를 보고 객석 일부에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녀는 "아이 셋 낳은 뒤 날개 옷을 다시 입고 나왔다"며 자신의 상황을 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에 비유하는 너스레도 떨었다.
이처럼 노래는 청자의 사연을 품고 더 아름다워진다. 결국 이날 거미가 들려준 히트곡들은 혼자 부른 노래들이 아니라 함께 웃고 울며 부른 노래들이라 의미가 더 컸다. 거미가 '이별 발라드'의 장인이지만 그건 이렇게 또 다른 만남들을 낳았다.
이날 공연 중간에 '인간극장' 형식을 빌린 영상도 눈여겨볼 만했다. 지난 2010년 '왕거미'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가수로도 데뷔했었던 거미의 어머니 장숙정 씨, 거미의 매니저 등이 가수 거미 또는 인간 거미에 대한 인상을 솔직히 전했다. 거미는 이 영상에서 "나이가 들어가면 제 음악도 변하겠지만 그걸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는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콘서트는 노래 자체의 힘을 보여줬다. 밴드와 20명가량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사운드의 밀도를 높였고, 선명도가 높은 LED 스크린은 무대 연출을 도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화음을 이루면 그건 음악이다. 수많은 음원을 온라인에서 편히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추위에도 수많은 이들이 공연장을 찾는 까닭이다. 화려한 가창력을 지닌 거미의 노래 실력을 따라올 가수도 드물지만, 그녀는 노래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안다. 노래의 기교도 기교지만 소통 솜씨야말로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거미가 지난해 11월12일 천안에서 출발해 대구, 울산, 부산, 수원, 광주, 성남, 인천 등을 돈 20주년 투어의 피날레 무대다. 이날은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게스트로 나왔다. 거미의 남편인 배우 조정석이 영상으로 등장해 '스페셜 러브'를 아내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 거미는 5일 같은 장소에서 한차례 더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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