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생소한 헨델? 할 때가 됐다 직감적으로 느껴”

이정우 기자 2023. 2. 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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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헨델 프로젝트’발매 화상 기자간담회
“하루에 30시간 있었으면 좋겠다”
“인기 추락이 아니라 올라가야 하는 상황”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4일 새 앨범 ‘헨델 프로젝트’ 발매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줌 화면 캡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4일 “바로크 음악, 그 중에서도 헨델을 할 때가 됐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이날 새 앨범 ‘헨델 프로젝트(The Handel Project)’ 발매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헨델 음악이 제게 많이 와닿았다. 그 때 이걸 녹음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앨범명 ‘헨델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 바로크 시대 음악가 헨델을 조망했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번 F장조 HWV 427과 8번 F단조 HWV 433, 마지막 악장 ‘흥겨운 대장간’으로 유명한 5번 E장조 모음곡 5번 HWV 430 등이다. 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함께 담겼다.

바로크 시대 건반 작품으론 바흐가 압도적으로 많이 연주된다. 그에 비해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생소한 편이다. 왜 바흐가 아닌 헨델이었을까?

조성진은 “솔직히 말하면 바흐를 연주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며 “바흐가 좀 더 지성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은 좀 더 가슴에서 나오고 멜로디적인 부분이 있어서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내겐 접하기 쉬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헨델의 건반 모음곡이 첫인상에 비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바로크 음악은 이해하거나 손에 붙어 자신감이 생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음악 같다”며 “이번 헨델 앨범을 준비할 때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성진은 지난해 2월 투어가 취소되면서 한 달 간 집에서 매일 7~8시간씩 연습하며 열정을 쏟았다.

조성진은 오늘날의 피아노로 바로크 시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하지 않거나 강약을 조절했다. 조성진은 “바로크 음악은 해석의 폭이 넓다”며 “현대 피아노로 연주하는 게 장점이 많은데, 일단 표현력에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렌 굴드처럼 페달링을 거의 하지 않는 해석과 오히려 페달을 많이 밟아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방법 다 있는데, 이번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해석 방향으로 피아노를 쳤다”고 밝혔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베르크·리스트, 이번에 헨델까지. 조성진은 대중에게 생소한 음악가의 작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득시키며 레퍼토리를 넓혀 나갔다. 조성진은 “레퍼토리를 넓히려는 고민은 없다”고 답하며 “피아노곡이 워낙 많아서 다 해보면 되는 거라 특별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가 뜨는 공연장은 예매 ‘1분 컷’이고, 그가 연주하는 곡들은 곧바로 화제가 될 정도로 조성진은 한국 클래식계에서 영향력이 큰 연주자다. 그런데 조성진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없다. 역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 멋있는 음악을 보여드리는 것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에 역할 이런 것은 전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한 조성진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다. 조성진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도 있고, 서른이란 나이가 무겁게 다가왔는데 막상 돼 보니 몇 달 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평소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는 조성진은 비행기를 타는 등 이동할 땐, 음악 감상보단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전했다. “최근엔 ‘더 글로리’를 재밌게 봤어요.”

피아니스트라면 한 번쯤 도전했거나, 도전하는 바흐의 평균율이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조성진은 아직 공식적으로 연주한 적이 없다. 그는 “40세 안에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콩쿠르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 연주자들은 콩쿠르를 왜 이렇게 많이 나가느냐고 묻는다”며 “저도 콩쿠르 자체는 싫어하지만, 그것밖에 기회가 없을 수 있고, 인지도나 연주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진은 올해 한국에서 부쩍 자주 관객을 만난다. 특히 7월엔 서울에서 2번을 포함해 5번의 독주회를 연다. 조성진은 “앨범에 있는 헨델과 함께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 브람스 피아노 소품들과 라벨의 모음곡 ‘거울’, 그리고 슈만 ‘교향적 연습곡(심포닉 에튀드)’ 등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투어를 마치고 집에 와서 쉴 때“라고 대답한 조성진은 역설적이지만 바쁜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바쁘면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고, 내가 쓸모있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돌며 연주회를 돌고,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와 세계적 공연장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입에서 나온 대답이라기엔 의외였다. ”하루에 30시간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BTS만큼 그런 스타가 아니어서 인기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만한 것 같아요. 추락이 아니라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올라갈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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