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거미 "무대에 설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

이태수 2023. 2. 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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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전국투어 피날레…남편 조정석과 깜짝 비대면 듀엣도
거미 20주년 콘서트 투어 '비 오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공연할 수 있고, 여러분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가수 거미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투어 '비 오리진'(BE ORIGIN) 서울 공연에서 "우리 팬들, 공연을 보러 와 주는 많은 분이 진짜 힘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미는 2003년 1집 '라이크 뎀'(Like Them)으로 데뷔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인기를 끌었다. 20년간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기억상실', '미안해요' 등 숱한 히트곡을 남겼다.

발매된 지 20년이 지난 곡도 있지만, 노래방 알앤비 차트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거미는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부르는 분도 많이 만났다"며 "화장을 진하게 한 노래방 주인을 만났다고 치고 오늘 노래를 함께 불러달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함께 활동한 여성 솔로 보컬리스트들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OST와 싱글을 꾸준히 내왔다. 2018년에는 배우 조정석과 공개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거미는 "중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나를 '조정석 와이프'로 알고 있더라"며 "조정석의 와이프든,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로 (노래 제목을 잘못) 알든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서 웃었다.

거미는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천안을 시작으로 대구, 울산, 부산, 수원, 광주, 성남, 인천을 돌며 총 2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이번 서울 공연은 전국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20년 음악 궤적을 훑어보는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보랏빛 레이저가 장내를 수놓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뒤로 하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거미가 등장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거미 데뷔 20주년 콘서트 투어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미는 시작부터 자신의 최고 히트곡 '그대 돌아오면'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눈을 지그시 감고 1절을 부르다 후렴에 이르러서는 눈을 뜨고 감정에 집중했다. 노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팔의 제스처도 미세하게 커졌다.

곡의 하이라이트인 '아직 혼자남은 추억들만 안고 살아요 / 우리 함께 걷던 그 거리를 혼자 걸어요 / 혹시 걷다 보면 나를 찾는 그대를 만나'라는 대목에 이르자 표정을 살짝 찡그리며 고음을 내뿜었다.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어른아이', '아니' 같은 대표곡이 이어졌다. 관객은 숨죽이고 지켜보다 거미가 감정을 토해내며 노래 한 곡을 끝낼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냈다.

거미는 이날 생일을 맞은 관객에게 즉석에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줬고 자신을 닮았다는 여성 관객을 무대에 올려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음악을 들어주신 많은 분을 위해 내 음악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게 해 드리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이번 콘서트 세트리스트는) 여러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노래는 들어봤다' 할만한 곡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거미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OST '눈꽃',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OST '그대라서', '대물' OST '죽어도 사랑해' 등 익숙한 드라마 삽입곡들도 들려줬다.

그는 세 곡을 연달아 부르고서 "내 음악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OST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거미는 이날 발라드와 알앤비 말고도 '리무진'(비오), '으르렁'(엑소), '거짓말'(빅뱅), '하트브레이커'(지드래곤) 등 커버 무대로 숨은 랩 실력도 뽐냈다. 공연 도중 남편 조정석이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거미와 듀엣 무대 '스페셜 러브'(Special Love)를 꾸몄다. 같은 미용실을 다닌다는 다이나믹듀오는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관객을 즐겁게 했다.

20대 초반에 데뷔한 거미는 어느덧 40대가 됐다.

앞으로의 가수 생활도 쉬지 않고 달려 나가겠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는 일에 따라 제가 부르는 음악도 달라지겠죠.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앞으로도 충분히 잘 나와주고 표현됐으면 좋겠어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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