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절대강자 쿠팡도 덜덜 떤다...롯데가 자신하는 비밀무기 [홍키자의 빅테크]
롯데가 오는 2025년 부산 강서구 미음동에 식료품(그로서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물류센터 문을 엽니다. 무려 1조원의 돈을 들여 짓는 특급 설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롯데가 만들어온 물류센터들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이곳에는 수백~수천여대의 로봇들이 움직입니다. 사람 3.5명이 해야 할 일을 로봇 한 대가 해치울 예정입니다. 전체 공정의 60% 이상을 로봇이 알아서 다 해내는 거죠.
롯데가 이제와서 로봇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 그로서리 회사의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해 한국형 그로서리 사업의 포석을 다지겠다는 겁니다.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꾸려온 오프라인 그로서리의 힘을 온라인 그로서리로 옮겨가겠다는 것이죠.
롯데가 손잡는 회사는 바로 오카도(Ocado)입니다. 일본 회사인 것만 같지만, 영국 회사 입니다. 식재료인 아보카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 회사에 롯데가 왜 구애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절대 강자 없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성장 여력 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같은 분위기는 완벽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게 너무도 익숙합니다. 아파트 복도에 나가보면 집집마다 문 앞에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의 보냉박스가 놓여져있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죠. 실제로 전체 음식료 온라인 시장 규모는 2017년 10조4000억원에서 2021년 32조80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 시장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음식료품 비중은 25.2%로 가전(58.1%), 화장품(39.4%), 패션(31.7%) 등에 크게 못 미쳤거든요. 한국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성장률을 14.5%로 예상합니다. 온라인 시장 성장률을 8.8%라고 관측했으니, 식료품 파트의 성장세가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국내 신선 식료품 시장은 SSG닷컴, 쿠팡 로켓프레시, 마켓컬리 등이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들 중 아직 절대강자가 없습니다. SSG닷컴의 비중은 명품·뷰티 등 럭셔리 제품에 치우쳐있고, 컬리는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지 못해 대규모 상품 공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쿠팡의 신선식품 서비스 ‘로켓프레시’도 아직 회사 전체 매출의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죠. 롯데쇼핑이 이 바닥에 들어갈 여력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특히나 롯데쇼핑은 마트 사업을 중심으로 다품종의 신선식품을 소싱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이미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엔드 투 엔드’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김포물류센터 등도 보유했죠. 이미 발은 담가놨으니, 이 바닥을 혁신할 시스템을 들고 제대로 공략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자동화 솔루션이 키...온라인 그로서리 제패한 오카도
그 결과 현재는 영국 최대 유통 업체인 테스코(TESCO), 아스다(ASDA)에 이어 전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13.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4조원에 육박하고요. 현재 미국 크로거,캐나다 소베이, 호주 콜스, 일본 이온 등 9개국 11개 파트너사에 첨단 물류 솔루션을 제공 중입니다. 앞으로는 한국까지 전 세계서 리테일(유통)과 관련한 어마무시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얻고 분석해낼 수 있는 겁니다.
팀 스타이너(Tim Steiner) 오카도(Ocado)그룹 총괄회장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나 오카도만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습니다. 스타이너 회장은 오카도 경쟁력을 ‘스케일업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역량’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그로서리 사업은 굉장히 복잡하다. 굉장히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사야 한다. 다른 어떤 유통 사업보다 많은 가짓수를 한꺼번에 산다. 그런데 개별 상품들은 단가가 매우 낮다. 가짓수의 복잡도와 낮은 단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마진을 남겨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이너 회장은 이어 “처음에는 로보틱스, 자동화 기기, 소프트웨어 이런 자동화 솔루션을 모두 별도로 구매했는데 어떤 것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그래서 온라인 그로서리만 특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둘 다 개발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고객 경험도 개선을 해야하지만, 사업적으로도 마진을 남겨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현재 오카도의 기술 담당 계열사인 오카도 솔루션 전체 인원 7000명의 250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입니다. 2020년에는 로봇 회사 2곳을 인수했고, 2021년에는 2억5500만파운드(390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죠.
특히 유통 소프트웨어를 넘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하드웨어 개발에 직접 나서면서 직접 제조한 로봇을 물류센터에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직접 방문했던 런던 동부 지역의 자동화물류센터(CFC)의 넓은 용지 전체는 바둑판 모양 상자들이 21층 높이로 겹겹이 쌓여 있었고요. CFC 꼭대기 위로 바퀴 달린 2000여대의 피킹 로봇(이동 로봇)들이 초속 4m로 격자 레일 위를 분주하게 이동했습니다. 피킹 로봇들은 중앙제어시스템과 초당 10회 통신하면서 가장 먼저 센터를 빠져나가야 할 물건을 집어 올립니다.
하루에도 2400만번의 머신러닝을 거쳐서 계절이나 날씨 등 기타 변수 등을 고려해 특정 날짜에 과일 등 신선식품이 얼마나 팔릴 것인지 예측해 낸다는 얘깁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에 기반해 피킹 로봇이 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어느 위치에 배치할 지 계속에서 정하고 자리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스타이너 회장은 “3D 프린팅 기술에 기반해 만든 로봇팔, 이동로봇 등은 업계서 가장 복잡하고 발전된 모델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면서 “파트너사들이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로봇 시스템을 들여왔는데, 이 로봇이 비싸선 안 된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훨씬 싸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가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와서 로봇 한대가 사람 3.5명분의 일을 하도록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건데, 로봇의 단가가 비싸서는 안되겠죠. 오카도의 파트너사들에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니까요. 그러니, 직접 만든 로봇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공급해 비용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오카도의 자동화물류센터(CFC)에서는 로봇들이 전체 공정의 40~45% 정도를 수행하고 있는데, 2025년에 롯데가 첫번째 물류센터를 열 때는 전체 공정의 60%를 로봇이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고객 소비기한 표시해 폐기 줄인다...오카도만의 ‘소비 독려’
오카도 솔루션의 루크 젠슨 CEO는 젠“우리가 정해둔 신선식품을 소비해야 할 기한을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별로 표기해둔다”며 “월요일에는 사과, 화요일에는 딸기 등 각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소비 기한을 고객에게 알린다”고 말했습니다.
오카도 입장에서도 폐기율을 낮춰 비용을 줄이고,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도 신선식품을 언제까지 소비할 것인지 우리 가정의 식품 소비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추가 소비를 하지 않고도 가구 전체 지출을 줄이고, 환경 차원에서도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롯데가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와 그로서리 판을 흔들 수 있을까요? 롯데가 2025년에 첫 물류센터를 짓는데 쿠팡이나 SSG닷컴 등 경쟁자들도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이에 대해 오카도그룹 총괄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이미 첨단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관련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만의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한국에 특화해볼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는 얘기다”라고요. 롯데의 그로서리 미래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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