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삶 휘어잡은 플랫폼 공룡들… 세계가 견제 나섰다 [세계는 지금]

서필웅 입력 2023. 2. 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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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등 규제 움직임 본격화
美정부, 빅테크와 소송전
1월 24일 구글 반독점 위반 혐의 제소
애플 상대로는 지배력 남용 여부 조사중
바이든 “양극화 심화”… 더 센 규제법안 추진
유럽도 공세의 팔 걷어붙여
유럽의회, 2022년 디지털규제법 등 처리
빅테크 자사 우대서비스 금지 등 ‘옥죄기’
올초 애플·메타 거액의 벌금 철퇴 맞기도
빅테크 기업들 ‘어찌하오리까’
사용자 정보 활용한 사업 환경에 ‘날벼락’
“최근 일자리 감소… 지원책 찾아야” 주장
침체 이용 우호적 여론 얻기 방어선 구축
현대인 가운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메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누구도 ‘그렇다’고 쉬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삶의 많은 부분을 스마트 공간에서 해결하는 이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절대적 존재다.
사진=AFP연합뉴스
검색, 개인용 컴퓨터(PC)·모바일 운영체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대중이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하는 주요 부문은 한두 개 회사가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시대 초창기만 해도 수많은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축적된 수많은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을 과시한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는 주류 언론과 대치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지지자 결집의 주력 수단으로 활용할 정도로 정치적 위력을 가진 매개체가 됐고, 방탄소년단(BTS)이 구글 유튜브를 통해 한국을 넘어선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것 등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들이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이들의 영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20세기 초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를 굴복시켰던 것처럼 IT업계 대표 공룡 구글을 옥죄기 시작했고, 유럽도 플랫폼 기업 규제 법안의 발효를 준비하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오랜 시간 자유롭게 몸집을 불려오던 IT 공룡들을 둘러싼 환경이 마침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 정부, 구글 겨냥 소송 본격화… 바이든은 규제법 통과 호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매체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법무부가 구글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남용해 공정경쟁 원칙을 해치고 있다는 이유에서 이루어졌다.

미 법무부는 2020년에도 구글의 검색 사업 독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구글을 향한 연이은 포화는 일부 빅테크(거대 IT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터넷 시장을 개혁한다는 명확한 목적의식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미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서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와 경쟁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조만간 애플도 법무부와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와 애플에 대해서는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가 걸고넘어졌다. FTC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1년 독과점 건으로 메타를 고소했고, 지난해 초 이루어진 MS의 게임사 블리자드 인수 건으로 반독점 소송도 검토 중이다.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최근 수월치 않은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이들 기업 견제에 앞장서 ‘빅테크 저승사자’로 통하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첫 임기 2년 동안 빅테크 기업의 M&A를 무려 22건이나 무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 첫 2년 실적의 2배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은 한층 더 심화할 전망이다. 미 정부가 더 강력한 빅테크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기 때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미국의 기술산업은 가장 혁신적이지만 일부 빅테크 기업은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남용하고 사회의 극단화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면서 “강력한 빅테크 규제 법안에 협조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미 하원에는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며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통과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작심하고 빅테크 기업을 다잡기 위해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 앞에 메타 로고가 걸려 있다. 멘로파크=AP연합뉴스
◆유럽도 빅테크 기업 규제 본격화

유럽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여름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관행을 막고 불법 콘텐츠 유통을 방지하는 디지털규제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과시켰다. SNS와 검색엔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타사 서비스보다 우위에 놓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반독점 규제에서 이미 강력한 법망을 갖추고 있는 독일이 2021년 신규 법안 도입으로 빅테크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이 법안은 반경쟁 행위를 구성하는 항목을 더 적게 규범화해 DMA·DSA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내 경제 규모 최대국 독일이 유럽연합(EU)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런 규제 확산 흐름이 EU 규제 당국과 다른 나라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전언이다.

2023년 초에는 애플과 메타가 유럽 지역에서 거액의 벌금 철퇴를 맞기도 했다. 메타는 사용자 정보를 표적광고에 활용한 방식과 관련해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로부터 지난달 5일 수천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DPC는 가입할 때 맞춤형 광고에 동의하도록 한 조항이 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위배된다면서 페이스북에 2억1000만유로, 인스타그램에 1억8000만유로 등 총 3억9000만유로(약 526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도 지난달 4일 일부 아이폰 운영체제가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개인정보 보호·감독 기구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로부터 8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침체 이용 방어선 구축하는 기업들

빅테크 기업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는 수준이 아니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어서다.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숫자의 사용자와 이들의 정보를 손에 쥐고 있어야만 생존 가능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지원하는 기술무역단체인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Chamber of Progress·진보의 방)’의 애덤 코바세비치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점유율은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이며 광고 시장이 쇠퇴하는 가운데 수많은 직원을 해고했다”면서 “기술 부문과 광고산업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보다는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글로벌 광고 담당 부사장인 댄 테일러는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 직후 이에 대응하며 올린 블로그 게시물에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대중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소송으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지난해 비대면 거래 수요가 줄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며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2022년 주가하락률이 구글 39%, MS 27%, 애플 27%, 메타 64%에 달한다. 이런 영향 속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달 20일 1만2000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발표하는 등 주요 빅테크사가 대거 감원에 나섰다.

다만 이들 기업이 2020년과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속 온라인 활용이 더 늘어나며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하는 등 최근까지도 최대 호황을 누려왔던 데다 연이은 감원도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선행조치에 가까운 터라 이런 발언들은 실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에서 우호적인 세력을 얻기 위한 여론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테크기업들이 경기침체를 강조하는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적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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