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텨야죠”…부모보다 가난할 수 있단 두려움에 뛰어든 이것 [방영덕의 디테일]
고금리 고물가에 직격탄 맞아
그런데 유독 지난해 2030세대가 몰렸던 것이 있습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리셀테크(리셀+재테크)’, 음악 저작권을 쪼개서 거래하는 ‘조각 투자’, 희귀식물을 재배해 가치가 오른 뒤 다시 파는 ‘식테크’ 등 이른바 신(新)재테크 부분에서 입니다.
저금리 시대 이같은 재테크는 2030세대에게 짭짤한 수익을 올려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자 리셀가 하락에 따라 신재테크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잇따라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날로 줄어들고 있어섭니다.
묶여 있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이미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고파는 리셀시장에서 매매가가 반토막, 아니 그 이상으로 떨어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례로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지난해 초 100만원 안팎에서 매매가 이뤄지던 나이키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OG 시카고 2022’는 40~50만원대로, 50만원 넘던 가격에 거래되던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은 10만원대로 급락했습니다.
아트페어 열기도 식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유명 아트페어라면 오픈런을 마다않고 찾아다녔던 2030세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국내 경매는 치열한 경합도, 눈에 띄는 경매 기록도 없이 불안감 속에서 마무리됐는데요. 이는 하락세에 접어든 시장의 전형적인 면모라는 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 분석입니다.
올해는 경기침체로 미술 시장의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마저 나왔습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올해 미술 시장은 불황기였던 1991년이나 2009년 수준은 아니지만 2021년이나 지난해에 비하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조각투자도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투자상품입니다. 조각투자는 상업용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가축 등의 자산을 1000원∼10만원 단위의 지분으로 나눠 여러 명이 공동투자해 운용,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얻은 수익을 투자한 지분만큼 조각조각 분할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주식의 소수점 투자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액투자와 투자 진입장벽 해소라는 이점에, 또 실제 해당 자산의 상승세에 힘입어 2030대 사이에서 조각투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요가 뚝 끊겼습니다.
액면가 밑으로 거래되는 부동산 조각투자 수익증권마저 등장, 젊은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투자금을 함부러 뺄 수 없다보니 여기저기서 ‘존버한다’는 푸념만 나올 뿐입니다.
한우 조각투자는 또 어떻습니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우 시세가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어야만 했습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에 따르면 현재 수송아지를 살 때 시세가 279만원으로 전년대비 39.5%(110만원) 하락했고요. 암송아지는 194만원으로 전년대비 40.6%(78만원)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성인이 되고 보니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동시에 어릴 적부터 고급 경험을 많이 해온 터라 취향의 수준은 상당히 높죠. 욕망은 넘치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재테크에 몰두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한우 조각투자를 하는 뱅카우 투자자 중 80%가 2030세대라고 합니다.
2030세대들은 저금리 시대,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하며 쏠쏠한 이익을 거뒀습니다. 재테크 방식에 있어서 만큼은 유행에 민감성을 발휘, 돈이 된다 싶은 곳에는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문제는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이 낮고 쌓은 자산이 적은 2030세대일수록 시장 위축에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했다면요.
1년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테크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거품 빠진 리셀시장 등 신재테크 시장을 한번 돌아볼 때입니다. 유행따라 ‘묻지마 투자’를 하기엔 우리의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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