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우유의 만남이 운명인 이유 [박영순의 커피 언어]
커피와 우유는 천생연분이다. 감출 수 없는 커피의 쓴맛과 줄이기 힘든 후미의 텁텁함을 우유가 부드럽게 감싸주고, 젖당으로 커피의 맛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지혜를 깨우친 것은 청나라 순치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1660년 청을 방문했던 네덜란드의 요한 니외호프 대사가 중국 사람들이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보고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신 것을 밀크커피의 기원으로 본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밀크커피의 유래에서는 주인공이 커피가 아니라 우유다. 1867년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나폴레옹 3세에게서 초대를 받고 동생인 도쿠가와 아키타케를 대신 보냈다. 그는 항해일지에 “식사 후 ‘카헤(커피)’라는 콩을 볶은 탕이 나왔는데,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니 가슴이 상쾌했다”고 적었다. 이듬해 메이지 정부가 들어서 국민들의 작은 체구를 키우기 위해 육식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 덴무 일왕이 675년 선포한 육식 금지령이 1200년간 지속되는 바람에 일본인은 우유 마시는 것을 힘겨워했다. 이에 메이지 정부는 “우유 비린내 때문에 마시기 힘들다면 커피를 끓여 혼합해 마시라”고 홍보전을 펼쳤다. 일본에서는 우유를 마시기 위해 커피를 추가했다.
커피와 우유의 운명적 만남은 최근 의학적으로도 규명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이 ‘농식품화학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최근호에 “커피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 우유 속의 아미노산과 반응해 면역세포의 항염증 기능을 드높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카페인산, 클로로겐산과 같은 페놀산이 우유에 들어 있는 시스테인과 결합하면서 면역세포의 활력을 유의미하게 높였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 이어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유는 커피의 결점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소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신장의 이뇨작용을 촉진해 소변으로 칼슘을 배출하는 것을 부추기는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커피가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한다.
통상 아메리카노 커피 1잔당 칼슘 6㎎이 손실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커피로 인한 이 정도의 손실은 우유 세 숟가락만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골다공증만을 우려해 여러모로 건강 증진에 유익한 커피를 아예 금기시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커피와 우유를 함께 즐기는 폐경 여성이 커피와 우유를 둘 다 마시지 않는 폐경 여성보다 요추의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절반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보고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때론 과학보다 입맛이 진실을 먼저 알아챈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면 맛이 좋았던 이유가 건강에 좋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커피애호가들을 즐겁게 한다. 인간 관능의 우수함을 입증한 또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도를 넘는 과식이 문제이지, 맛이 좋은 것이 몸에도 좋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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