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지킬 것” 핼러윈 참사 유가족, 기습 설치한 분향소서 조문객 받아

양승수 기자 2023. 2. 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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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광장 아이스링크장은 운영 중단...서울시 “분향소 기습 설치 유감”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기습 설치된 핼러윈 참사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양승수 기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를 기습 설치하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분향소 설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철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회의)는 ‘참사 100일 국민 추모대회’를 열고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부터 행진을 벌이던 중, 시청 앞 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들은 오후 1시 10분쯤 집회 참여자들을 동원해 천막과 목재 탁자 등을 들인 뒤, 단 10여분 만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 내용이라며 제지에 나섰으나, 집회 참여자 1000여명이 몸으로 밀고 들어오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분향소에는 희생자 159명의 영정 사진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라고 적힌 검정 현수막이 걸렸다. 일부 유가족들은 분향소 탁자에 꽃다발과 집회에서 착용했던 붉은 목도리를 놓았다. 한 유가족은 영정 사진에 핫팩을 가져다 대며 오열하기도 했다.

핼러윈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시청역 인근 숭례문 방면 세종대로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집회에 참여했던 이들도 분향소로 향해, 오후 5시쯤에는 분향소 앞으로 시민 2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첫 조문객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온 세월호 유가족 10여명으로, 이들은 분향소 앞에서 묵념하고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와 일반 시민 등이 한 번에 10명씩 서서 조문을 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권모(47)씨는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며 “세월호부터 이어져 온 트라우마에 모든 국민이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가 조문까지 했다는 이모(62)씨는 “이 분향소 하나 설치 못해 이렇게 급조하는 게 말이 되냐”며 “더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곳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성모(60)씨는 ‘근조’가 적힌 현수막을 직접 만들어와,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쯤 분향소가 차려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소란으로 광장에 설치된 아이스링크장은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시는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아이스링크장 운영을 멈추고, 예약 손님들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한다.

협의회와 시민회의 측은 “서울시에서 광화문 광장에 추모 공간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 앞에라도 분향소를 설치한 것”이라며 “경찰과 시에서 분향소를 철거하지 못하도록 24시간 지킬 계획”이라고 했다.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기습 설치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분향소 내부에 조명 시설이 따로 설치되지 못해, 급히 공수한 LED 조명 1개와 추모객들의 휴대전화 화면 등으로 분향소를 밝히고 있다./양승수 기자

서울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추모 상징성을 고려해 녹사평역 내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주겠다고 했으나, 유가족 측에서 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으며, 더욱이 시민들 간의 충돌과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허가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분향소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수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집회가 마무리된 후에는 별도 제재 없이 철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당장 분향소 철거를 진행하기는 어렵고, 추후 유가족 측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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