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참사 100일에 분향소 세웠다

2023. 2. 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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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00일 하루앞둔 4일, 2만여명 운집한 추모대회 열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대회'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 2만여 명이 운집했다. 서울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유가족 등은 분향소를 설치해 고인의 영정을 세우고 독자적인 추모를 시작했다.

추모 행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 광장에서 시작됐다.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은 서로 함께 모여 삼각지역-서울역-시청역을 거쳐 당초 추모 장소로 알려진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이번 추모대회에서 채택한 3대 요구안을 외쳤다. 3대 요구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에 관한 공식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본 행사 예정 시각인 오후 2시가 되어 많은 시민이 현장이 운집했으나, 추모대회는 제 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서울시가 유가족의 광화문광장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시와 정부는 전날 오후부터 광화문광장 인근에 경찰력을 대규모로 배치해 시민의 진입을 막았다.

그로 인해 추모 행렬은 광화문 광장 인근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자리를 막고 있던 경찰과 추모 행렬간 약간의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한 유가족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광화문광장 진입을 포기한 유가족 등은 서울시청 바로 앞인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대회를 시작했다.

추모대회는 유가족의 무대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 100일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우리 유가족에게 정부는 없다"며 "(정부가) 왜 저희를 이다지도 외면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 대표는 이번 분향소 설치 의의를 강조하며 시민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저희 유가족이 시청광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며 "저희 유가족은 국민 여러분을 믿고 여기 시청광장에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저희 목소리를 들어주실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저희의 앞길은 험난할 것"이라며 "국민께서 저희 투쟁에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5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사라진지 100일이 됐음에도 책임자들의 교활한 변명과 발뺌은 여전하고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유족을 만나지 않았다"며 "강자들은 너무 쉽게 책임을 모면하고, 약자들은 너무 쉽게 위기에 버려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강자들은 사과를 거부하며 우리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이라고, 또다시 그놈이 그놈인 정치에서 (시민이) 그놈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믿고 있"다며 "이 나쁜 정치에 맞설 마지막 무기는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희생자 유연주 씨의 언니 유정 씨는 "책임자가 처벌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떠난 가족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그렇기에 저희에게 진상규명은 간절하고 절실하다.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원인규명"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진상규명에는 여야도,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있어서는 안 되며 정치극단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색깔론도 절대 결부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은 희생자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지만 참사 재발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후 주최측은 참사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고인을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유가족은 분향소로 이동해 추모객을 직접 맞았다. 유가족 측은 정부가 분향소를 철거할 것에 대비해 당분간 분향소를 24시간 지킬 예정이다.

유가족이 분향소를 설치한 공간은 집회신고가 되지 않은 장소라는 게 경찰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할 남대문경찰서는 해산 절차를 시도해 유족 측과 충돌을 빚었다. 

이번 분향소는 희생자 영정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세웠던 지난해 서울광장의 분향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유가족이 직접 희생자들의 영정을 안치했고, 유가족이 직접 추모객을 맞이하는 분향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참사 100일을 하루앞둔 이날부터 서울광장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은 이곳을 중심으로 주요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추모 행사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나도원 노동당 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역시 이곳을 찾았다. 

한편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는 오는 5일에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미사가 열린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사고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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