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직원은 카드번호와 해지 이유를 물었다

박재령 기자 2023. 2. 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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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부터 해지까지 NYT, WSJ, WP '외신구독체험기'
'뉴스 유료화' 선택 아닌 필수 된 현실…외신 어떻게 하고 있나
일반 구독 기준 1년 NYT 20달러, WSJ 24달러, WP 29달러 순
각 사 특징 알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게임부터 요리 레시피까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언론사에게 유료구독은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포털, 광고 의존을 벗어나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정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미 유료구독 시스템이 자리잡은 주요 외신을 따라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이 로그인 독자 확보에 나섰고 한국일보도 로그인 독자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겨레와 매일경제, 연합뉴스는 이번 신년사에서 '유료화' 화두를 공식적으로 던졌다.

[관련 기사 : 2023년 언론사 신년사 화두는 '유료화']

[관련 기사 : 막오른 '로그인 월' 대전, 언론계 경쟁 넘어 성공은?]

미디어 수용구조 격변 속에서 수입 다각화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외신 매체 3개(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를 직접 구독하고 해지했다. 유료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중 수요를 충족하는지, 각 매체가 주요하게 미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언론의 유료화와 비교하며 현재와 미래를 체험했다.

돈 없이는 기사 못 본다… 연 NYT 20달러, WP 29달러

▲ 기사를 클릭하면 구독하라는 메시지가 바로 뜬다. 사진=NYT 갈무리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돈을 내지 않으면 하나의 기사도 읽을 수 없다. 기사를 클릭하면 내용이 가려지면서 로그인하고 결제하라는 창이 뜬다. 미국은 포털이 아닌 각 사 홈페이지에서 주로 뉴스를 소비한다. 포털에서 뉴스를 무제한 공급받는 한국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개의 기사까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유료구독하라는 창이 뜬다. 로그인 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는 '로그인월'과 '유료구독' 창이 나타났다.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해당 외신들은 일반/프리미엄 구독을 구분하고 있다. 온라인 기사를 열람하기 위해선 일반 구독만 하면 된다. 일반 구독 기준 한 달 이용료는 2500원 수준이다. NYT와 WSJ가 2달러로 같고 WP가 4달러로 높은 편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계정으로 회원가입 후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직불카드를 활용하거나 결제서비스 '페이팔(paypal)'을 사용하면 된다.

▲ 빨간색 박스가 일반 구독, 오른쪽이 프리미엄 구독이다. 가격은 각각 월 2달러, 4달러로 두 배 차이 난다. 사진=WSJ 갈무리

장기 구독 자신이 있다면 1년 단위로 구독하는 방법도 있다. 월/연 단위 가격차이가 없는 WSJ를 제외하면 한 달 단위보다 저렴하다. 일반 구독 기준 1년 이용료는 NYT(20달러), WSJ(24달러), WP(29달러) 순이다. 세 매체를 모두 구독한다면 1년에 73달러(약 9만원)가 소요된다.

▲ 조선일보의 '로그인월'. 조선일보 갈무리

한국은 이처럼 전면 유료화돼 있지는 않다. 조선일보가 로그인월을 대표적으로 도입했지만 유료구독은 아직이다. 포털이 아닌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5개 이상 읽으면 로그인 후 기사를 열람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페이스북에서 조선일보 기사를 클릭하면 앱을 설치하는 창으로 이동한다. 앱을 깔고 로그인하면 모든 인터넷 기사를 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회원전용 기사를 따로 둔다. 일반 기사는 로그인 없이도 열리지만 회원전용 기사는 로그인을 해야 읽을 수 있다. 모두 로그인 독자 확보 후 단계적으로 유료화를 밟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최고급 요리 레시피에 제품 리뷰까지, 외신의 '프리미엄'은 무엇?

외신의 프리미엄 이용권에는 각 사의 고유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WSJ는 금융, 투자 등 경제 콘텐츠에 힘을 줬고, NYT는 게임, 요리, 제품리뷰 등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했다. WP는 온라인 기사의 외부 공유와 기자들이 쓴 이북(eBooks) 열람을 가능하게 한다. 프리미엄 가격은 1년 기준 NYT 30달러, WSJ 48달러 등 일반 구독보다 50%에서 100% 비싸다.

▲ NYT의 프리미엄 콘텐츠. 6개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NYT 갈무리

프리미엄 구독은 기사와 다른 서비스를 '번들'로 묶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WSJ는 금융투자전문지 BARRON'S와 주식투자전문지 MarketWatch를 번들로 묶었다. 이외에도 십자말풀이, 기사의 오디오 버전을 구독에 포함시켰다. NYT는 십자말풀이 포함 6개의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 '스펠링비(Spelling Bee)' 등 어휘 및 철자 관련 게임이나 스도쿠, 꼭짓점 잇기 등 퍼즐게임이다. 이외에도 요리 레시피,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와이어커터(wirecutter) 등의 콘텐츠는 미국에서 '최고급'으로 꼽힌다. 다양한 항목 중 하나에 빠져들어도 전체 프리미엄 구독을 해야 접근할 수 있다.

지난해 '신문과방송' 3월호에서 최재원 텍사스오스틴대 미디어연구 박사과정생은 “낱말 퍼즐과 같은 '캐주얼' 게임은 뉴욕타임스의 뉴스 외 디지털 구독 상품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주어진 알파벳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단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스펠링비'와 '낱말퍼즐'은 2020년 한 해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였다”며 “2020년 말 기준 뉴욕타임스의 게임 구독자는 8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수치였으며 2021년 12월 기준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고 했다.

▲ NYT 와이어커터. 세탁용품에 대한 리뷰가 소개돼 있다. NYT 갈무리

이어 “다양한 요리 레시피와 영상 가이드 등을 제공하는 뉴욕타임스 요리(The New York Times Cooking) 서비스는 2021년 말 기준 100만 구독자를 넘어서며 게임과 함께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고 했고 “2016년 제품 리뷰 사이트인 '와이어커터'를 약 3000만 달러(약 359억 4000만 원)에 인수해 다양한 제품 리뷰 콘텐츠를 작년부터 구독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뉴스레터 추천 시리즈.

국내에선 중앙일보가 부분유료화에 앞장서고 있다. 월 9000원, 연 9만 원을 내면 유료회원 전용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뉴스레터 분야는 다양하다. 'K팝 보고서', '어느 유품 정리사의 기록', '우주, 그 생명의 신비' 등의 연성 분야부터 삼성연구, 글로벌 머니, 팩플 등 비즈니스 뉴스레터까지 포괄했다. 한국경제도 앱 '모바일한경'을 월 1만 5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지면 PDF를 받을 수 있고, 한경 ESG, 한경 CFO Insight 등 뉴스레터와 한경글로벌마켓, 한경코리아마켓 등의 콘텐츠가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외신이지만 작별에 '쿨'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구독을 해지하려면 꽤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다. NYT와 WP는 온라인으로 해지신청할 수 있었지만 WSJ는 현지 직원과의 전화 통화를 요구했다. 직원은 멤버십 ID와 주소, 카드번호 등을 묻더니 해지신청 이유를 물었고, 이후엔 한 달간 무료로 구독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영업했다. 단칼에 거절하자 구독해지가 완료됐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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