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전해준 건강·다이어트식단... 정월대보름엔 '이것' 어때요?

황아현 기자 2023. 2. 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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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대표 음식인 오곡밥과 나물 관련 사진. 김시범기자

 

2023년 계묘년의 첫 보름. 예로부터 매우 길한 징조로 여겨왔던 '보름달'이 뜨는 날.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에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운세를 점쳤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간 큰 축제도 열었다.

이 기간은 빚 독촉마저 멈췄다는 말도 전해질만큼,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날 먹는 음식도 중요했다. 접시 하나하나 한 해 소망 담아 음식을 준비해 식탁에 올렸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오곡밥, 부럼, 진채식이 있다.

선조들의 건강을 위한 배려와 지혜가 담긴 영양 만점 '정월대보름 밥상'에 대해 알아보자.


◆"한 해 농사 풍년 기원"... 5가지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


정월대보름 밥상에 올라가는 대표적 음식 첫 번째. 오곡밥이다.

선조들은 그해 곡식 농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오곡밥을 만들었다. 하루 전날 지은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을 함께 보름 명절 음식으로 즐겼다.

찹쌀·차조·붉은팥·찰수수·검은콩을 섞어 5가지 곡식으로 만든 밥이다.

이 5가지 곡식은 전통 의학과 관련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5개 장부(臟腑)에 조화롭고 균형 있는 영양소를 공급한다.

사단법인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은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보통 쌀에는 탄수화물 성분이 가장 많은데, 잡곡에 함유된 영양소가 쌀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영양 측면에서 보완이 된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추가로 대보름날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 여러 집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하고, 그날 하루 동안 아홉 번 먹어야 좋다며 틈틈이 여러 번 나눠 조금씩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입에 '쏙', 어금니로 '꽉'...정월 보름날 아침 까먹는 부럼


정월대보름 대표 음식 '부럼' 관련 사진. 윤원규기자

정월대보름 아침, 선조들은 잣·날밤·호두·은행·땅콩 등 견과류를 까서 어금니로 깨물어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먹던 견과류를 '부럼'이라고 한다. 또 부럼을 먹는 풍속은 '부럼 깨기', '부스럼(부럼) 깨물기', '부럼 먹는다'고 한다.

다만, 선조들도 아침부터 딱딱한 견과류는 부담스러웠나 보다. 부럼 깨기는 통상 자기 나이 수대로 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해 두세 번 거듭하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부는 딱딱한 견과류를 부드러운 무로 대신하기도 했다.  

견과류를 싫어하는 일부 사람들은 "아침부터 왜 딱딱하고 맛 없는 견과류를 먹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조들 마음이 담긴 풍습이다.

이른 아침 견과류를 까먹으며 서로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이 담겼다. 일각에선 부럼깨기가 본래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는 주술적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 선조들은 보름날 아침 식구끼리 둘러 앉아 전날 미리 물에 씻어 준비한 부럼을 어금니로 힘줘 단번에 깨물며, "부럼 깨물자!" 또는 "올 한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 안 나게 해줍소사"는 주언( 呪言)이나 축원사를 함께 외웠다고 전해진다.  

《동국세시기》에는 "의주(義州) 풍속에 젊은 남녀들이 새벽에 엿을 깨무는 것을 치교(齒交)라고 한다"는 기록도 있다. 치교는 누구 치아가 튼튼한지를 겨루는 '이 내기'를 의미한다.

이 같은 풍속은 일반 백성들부터 궁중에까지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선 "옛 풍속에 정월 대보름날 호두와 잣을 깨물어 부스럼이나 종기를 예방했다. 궁중에선 임금의 외척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일반 시정에서는 밤에 불을 켜 놓고서 그것을 팔았는데 집집마다 사 가느라 크게 유행했다"고 적혀있다.

한편 호두·땅콩·잣 등 부럼은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데, 이는 피부 재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이 몸에 쌓이는 과정을 방지하고 혈관을 청소 시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 해도 무사무탈하게"...겨울철 영양 지킴이 '진채식'


묵혀 뒀다 먹는 나물을 뜻하는 '진채식'.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오이 고지, 가지 고지, 무시래기 등 9~10가지 나물을 햇볕에 말려 물에 우린 후 무쳐 먹던 음식이다.

한 해도 무사히 지나가길 소망하며 진채식을 먹었다. 겨울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선조들은 이렇게 다양한 나물을 먹으며 영양소를 보충했다고도 전해진다.

또 미리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선조들은 알고 있었을까. 실제 묵은 나물은 일반 나물보다 영양소가 많다고 한다. 특히 진채식에 들어가는 나물들은 항산화 영양성분인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식이섬유, 비타민, 철분, 칼슘 등 영양이 풍부해 영양 보충에 효과적이다.

진채식을 볶아 먹기도 하는데 이때 나물을 볶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들기름, 참기름은 오메가3·오메가6 등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했다.

구체적으로 오메가3은 당뇨병의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메가6는 염증 반응, 혈전 반응, 혈관 수축, 혈압 상승에 좋다.


◆유의할 점도


세 음식은 모두 영양상으로 풍부하지만, 동물 단백질은 없어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 과하면 좋은 것이 없다. 진채식에 포함된 참기름, 들기름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될 경우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 부럼의 경우도 치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적당량을 먹는 게 좋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에 먹던 오곡밥, 부럼, 묵은 나물은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 성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갖춰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진채식(묵은 나물)은 장 활동을 도와 배변 활동에 좋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부럼, 진채식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할 경우 지방의 과도한 섭취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나물을 조리할 때 들기름과 참기름은 일반 식용유에 비해 발연점이 낮으므로 조리 마지막에 넣고, 열을 최대한 적게 가하는 게 영양 파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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