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팬들이 피 흘려 건설한' 우니온, 분데스 우승 도전

이형주 기자 2023. 2. 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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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우니온 베를린의 홈구장 슈타디온 안 데어 알텐 푀르스테라이 현지 전경. 사진┃이형주 기자(독일 베를린/안 데어 알텐 푀르스테라이)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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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유럽레터], 256번째 이야기: '팬들이 피 흘려 건설한' 우니온, 분데스 우승 도전

FC 우니온 베를린이 분데스리가 우승에 도전한다.

1989년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독과 서독은 모두 통일을 갈망했다. 독일 국민들의 열망 속에 헬무트 콜 서독 수상과 한스 모드로우 동독 총리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손을 맞잡았다. 1990년 8월 31일 독일 통일 조약이 베를린에서 서명됐다. 9월 12일 베를린을 분할 점령하고 있던 열강에 승인까지 받으면서 나뉘었던 두 독일은 하나가 됐다.

축구 리그 역시 합쳐지며 동독 클럽들은 분데스리가에서 경쟁하겠다는 열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다. 소위 말해 서독 클럽들과 '체급이 달랐기' 때문이다. 통일전 동독이 공산국가 최고 수준의 경제적 능력을 보유했지만[1인당 GDP 5469유로(한화 약 730만원), 주 독일 대사관이 인용한 * 할레경제연구소 월간지 '변화하는 경제(Wirtschaft im Wandel)' 2011/4서 발췌] 통일 후 허덕인 것처럼 동독 클럽 역시 그러했다.

동독 클럽들은 재정 규모 면에서 서독 클럽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구단 규모에서 상대가 되지 않다보니 구단 수익 역시 그러했다. 이는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했고 동독 클럽들은 분데스리가가 아닌 주로 하부리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사진|이형주 기자(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문)

실제로 이번 2022/23시즌 분데스리가에 참여하는 팀들 중에서도 이전 동독 지역의 클럽은 단 2개에 불과하다. RB 라이프치히와 우니온이다. 헤르타 BSC 베를린의 경우 우니온과 마찬가지로 베를린에 연고를 두고 있지만, 통일 이전 서독 영토였던 서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클럽이라 제외다.

RB 라이프치히 역시 동독 클럽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RB 라이프치히가 이전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에 연고지를 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9년 SSV 마르크란슈테트라는 팀을 인수해 재창단해 이전 동독 시절의 역사를 포함하기 어렵다. 구단 경영 역시도 전통적인 50+1규정을 지키는 것이 아닌 모기업 레드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동독은 물론, 분데스리가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은 클럽이다. 때문에 동독 클럽이며 동독의 자존심을 지키는 클럽이 우니온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우니온은 동독 클럽으로 분데스리가에서 생존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나 서독 클럽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열세일 수 밖에 없다. 우니온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 위기도 여러 번 맞았다.

그 때마다 팀을 구한 것은 우니온의 팬들이었다.

피와 땀으로 팀을 구한 FC 우니온 베를린 팬들. 사진┃뉴시스/AP

우니온 팬들은 2004/05시즌 팀이 재정난을 겪자 사랑하는 팀을 위해 피를 모았다. 어찌된 영문인가 하면 헌혈로 모은 돈을 기부했다. 우니온을 팬들이 피로 지탱한 구단이라고 언급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8년 구장 시설이 낙후돼 프로리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에 불이익을 당할 상황에 놓이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무료로 보수 작업을 돕기도 했다. 이후 2019/20시즌 첫 홈 경기에서 당시 일을 도왔지만, 세상을 떠난 팬들의 사진을 가지고 응원했던 것은 아주 유명하고 감동적인 우니온의 일화다.

우르스 피셔 FC 우니온 베를린 감독. 사진┃뉴시스/AP

그런 우니온이 이제 분데스리가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우니온은 개막 이후 꾸준히 순항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경쟁팀인 FC 바이에른 뮌헨이 연이은 무승부로 주춤하면서 승점 차는 1점으로 좁혀졌다. 현 2위 우니온이 단 1점 차로 분데스리가 1위인 선두 뮌헨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모습이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

우르스 피셔 감독이 팀을 견실히 이끌고 있다. 우니온의 혼이라 부를 수 있는 라이트백 크리스토퍼 트레멜은 꾸준한 활약이다. 셰랄도 벡커가 득점을 주도하는 등 각 포지션 선수들이 제 몫을 하고 있다. 그들이 역사를 쓰는 일도 불가능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FC 우니온 베를린 공격수 셰랄도 벡커. 사진┃뉴시스/AP

서독 클럽들과의 자본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존심을 지킨 우니온이다. 위기도 있었지만 팬들이 피를 통해, 땀을 통해 이를 이겨내도록 도왔다. 이제 우니온은 리그 1위를 위협하며 팬들에게 이를 보답하고 있다. 우니온은 명백히 분데스리가 패권을 노리고 있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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