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게 건강과 상관없다고? [강재헌의 생생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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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는 의사로서 환자가 음식을 짜게 먹는다면 싱겁게 먹을 것을 권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연구가 기존 지식의 오류를 일관성 있게 지적해야 그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 하나만으로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이 서로 상관없다고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저염식 식생활 권고를 바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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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된 연구 결과로는 여전히 “나트륨 과잉 섭취 유해”
(시사저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진료하는 의사로서 환자가 음식을 짜게 먹는다면 싱겁게 먹을 것을 권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짜게 먹으면 고혈압, 뇌졸중, 만성 신부전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나트륨을 하루 2000mg(소금 5g) 이하로 섭취하고, 칼륨이 함유된 식품을 충분히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소비량은 2011년 4831mg에서 2020년 3220mg으로 30% 이상 줄어들어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서구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최근 한 연구진이 '나트륨 섭취와 사망률이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해 그동안의 저염 식사 권고가 잘못된 것처럼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성인 14만여 명을 평균 10.1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나트륨 섭취는 사망률과 심혈관계 사망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수많은 관련 연구 결과로부터 도출된 사실이다. 물론 의학 영역에서 오랜 기간 정설로 알려져 왔던 사실이 후속 연구를 통해 뒤집히는 일도 가끔 일어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하루 2000mg 이하 섭취 권고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저염식의 건강상 이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이를 완전히 뒤집을 만큼 상반된 연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두 연구 결과에 따라 결론 바뀌지 않아
의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할 때 연구 방법론과 대상자 수와 특성, 추적 기간 등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번 연구 대상자들은 나트륨을 평균 2500mg 정도 섭취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보다 크게 낮고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도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 디자인이나 추적 기간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한두 연구 결과에 따라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수의 잘 설계된 연구에서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와야 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연구가 기존 지식의 오류를 일관성 있게 지적해야 그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여전히 나트륨 과잉 섭취는 건강 위험을 높인다고 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 하나만으로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이 서로 상관없다고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저염식 식생활 권고를 바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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