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세계적 돌풍 일으켰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 2023. 2. 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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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연상케 하는 연출과 OTT 영향력에 힘입어 인기몰이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피지컬: 100》은 1월24일 1, 2회가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국 MBC 등이 제작했다. 공개 직후 5일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본 TV쇼 부문 7위를 기록했다. 1월27일 기준으론 넷플릭스 TV쇼 세계 5위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1위, 영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2, 3위에 올랐으며, 미국에선 5위다. 공개하자마자 국제적 관심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드라마에 비해 예능에선 국제 히트작이 적었는데 이번에 모처럼 흥행작이 터졌다. 

국내 반응도 뜨겁다. 1월30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발표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화제성 점유율 6.1%로 TV·OTT 통합 비드라마/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 전까지 큰 관심을 모았던 《미스터트롯2》는 3.77%, 2위로 내려앉았다. 《미스터트롯2》는 현재 경연이 진행되면서 화제성이 더 커지는 추세인데도 이제 막 시작한 《피지컬: 100》이 공개되자마자 즉시 밀려난 것이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이어서 TV에 방영되지 않았는데도 국내 모든 TV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K팝·드라마 이어 K예능도 '시동' 

유명 시리즈라면 신작 공개 직후부터 화제를 모을 수 있다. 반면 《피지컬: 100》은 전혀 생소한 신규 프로그램이다. 그런 신작이 TV 방영 효과도 없이 OTT 공개만으로 즉시 국내 화제성 1위에 올랐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만큼 OTT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피지컬: 100》의 위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제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지면 이 프로그램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100》은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을 표방한다. 일반적인 운동경기에 등장하는 성별, 나이, 체급 등등의 제한 규정도 없다. 그 어떤 조건도 없이 무조건 최고의 몸을 가린다는 설정이다. 

여러 분야에서 강인한 몸으로 유명한 이들이 참가했다. 이종격투기 추성훈, 도마 황제 양학선, 평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등 유명 운동선수부터 보디빌더, 운동 유튜버, 소방관, 전직 해군특수전전단(UDT), 야구선수 니퍼트 등 면면이 화려하다. 권투 최현미, 씨름 박민지, 레슬링 장은실 등 여성도 여럿이다. 이들이 모여 3억원의 상금, 최고의 몸을 놓고 무한대결을 펼친다.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몸을 본뜬 토르소들을 배치하며 시작됐다. 육체미를 중시했던 고대 그리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사전 대결은 구조물에 매달리는 것이었는데, 천장에서 구조물이 내려오면서 바닥이 갈라지는 모습은 TV 예능에서 보기 힘든 볼거리였다. 참가자들이 한 명 두 명 추락하는 모습이 패배자를 낙오시키는 현실에서의 생존 경쟁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첫 번째 대결은 공을 차지하는 1대1 대결이었다. 타격이 금지됐기 때문에 대결은 힘싸움으로 흘렀다. 민첩성 위주의 참가자나 여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어쨌든 웃통을 벗고 힘으로 맞부딪치는 원초적 대결이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바로 나온 반응이 '《오징어 게임》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매회 새로운 규칙의 경기를 거듭하면서 한 명 한 명 탈락해 나가고, 극한의 대결을 이어가는 모습이 정말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켰다. 제작진은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진행자, 어두운 조명 등으로 더욱 《오징어 게임》 분위기를 살렸다. 영국 매체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넷플릭스 팬들은 《피지컬: 100》이 실생활 《오징어 게임》과 같지만 더 낫다고 말한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운동 프로그램'" 등의 시청자 반응을 전했다. 한국에선 근육을 앞세운 '근징어 게임'이라는 별칭이 생겨났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몸 구경, 싸움 구경의 힘 

원래 싸움 구경은 인기가 많다. 그래서 각종 싸움을 제도화한 운동경기들이 거대한 산업을 형성했다. 《피지컬: 100》 초반엔 웬만한 운동경기 이상의 격렬한 대결이 펼쳐졌다. 모든 운동경기의 철칙인 남녀 분리 원칙을 깼다는 점이 더욱 극한대결의 느낌을 줬다. 운동경기가 문명적 대결이라면 《피지컬: 100》은 더 원초적 대결 같은 인상을 준 것이다. 운동경기라는 틀 안에선 서로 격돌할 일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계급장 떼고' 패권을 다투는 듯한 구도도 신선했다. 

몸 구경도 사람이 대체로 선호하는 일이다. 서구권에선 고대 그리스 때부터 몸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몸에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21세기 들어 정반대가 됐다. 이젠 보기 좋은 몸, 건강한 몸, 잘 관리된 몸에 대한 관심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한다. 그래서 운동 산업이 번창하고 운동 유투버 스타가 떴다. 몸은 외모지상주의, 선정성, 자극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피지컬: 100》이 초반에 강인하거나 잘 관리된 남녀의 몸을 부각시키면서 프로그램의 자극성도 상승했다. 

비록 지상파 제작진이 만들었지만 프로그램 분위기가 지상파 예능과는 확연히 다르다. 조명부터가 지상파 예능 특유의 밝은 느낌이 아니다. 어둡고 대비가 강한 조명이, 밝은 예능이 아닌 원초적 대결이라는 느낌을 더욱 강화했다. 세트도 일반적인 방송 예능의 차원을 뛰어넘었고, 고속촬영 등의 기법으로 격돌의 순간을 세밀하게 전달해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문신, 비속어 등도 가감 없이 전달해 더욱 날것의 느낌을 키웠다. 

지상파 예능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박성제 MBC 사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 1년 넘게 공을 들였다"며 "제작비도 웬만한 드라마만큼 투입해 대한민국 리얼리티 콘텐츠 사상 가장 큰 스케일로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OTT 수출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내 방송사는 시청자가 이탈하면서 이런 대규모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설사 자본이 있어도 표현 수위 때문에 못 만든다. 상대적으로 표현이 자유롭고 규모가 훨씬 큰 OTT 해외시장을 생각하게 됐다. 방송사 입장에선 피치 못할 돌파구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제작력이 있지만 국내 환경은 점점 어려워진다. PD들은 국내 방송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제작하고 싶어 한다. 자연스럽게 OTT 영상 제작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방송사의 제작력을 활용한 OTT 대작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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