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면적 당 수익 세계 최고”...애플 성공신화는 여기서 써졌다 [오기자의 테크株 흥망사]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3. 2. 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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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관리하기 위해
잡스, 1999년 애플스토어 계획 착수
이사회 반대 뚫고 시내 중심가에 오픈
10년만에 주간 평균 3400만달러 수익
싱가포르에 있는 애플스토어 전경. 화려한 싱가포르의 야경과 어우러지니 마치 예술 조형물처럼 보입니다.<사진=오대석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몰 앞바다에는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애플스토어인데요. 애플이 최초로 물 위에 지은 이 곳은 전자제품 매장이라기보단 예술품에 가까워보입니다. 사진은 작년 5월 컨퍼런스 참석 차 현지를 방문했다가 직접 찍었습니다. 화려한 싱가포르의 야경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축물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부흥기를 설명하다 왜 갑자기 애플스토어 얘기를 꺼내냐고요? 애플스토어가 잡스 복귀 후 애플의 도약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애플이 단지 제품을 팔기 위해서만 애플스토어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

잡스는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고객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했습니다.다른 회사에게 제공하던 자사 운영체제(OS)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한 것도 이 때문이었고요. 이런 잡스에게 소비자와 제품이 직접 만나는 컴퓨터 매장은 매우 큰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애플의 혁신과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컴퓨터 매장의 판매원들이 애플의 제품을 잘 설명해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매장에서 우리 고객에게 우리 메시지를 전할 길을 찾지 않으면 모든 게 엉망이 될 상황”이라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잡스는 1999년 말부터 비밀리에 소매점을 만들 계획에 착수합니다. 하지만, 당시 애플 이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델은 매장 없이 고객에게 직판매를 해 성공신화를 쓰고 있었고, ‘젖소무늬’로 유명했던 게이트웨이 컴퓨터는 외곽에 매장을 냈다가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잡스가 강행해 4곳만 시범적으로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잡스는 애플스토어가 비싸더라도 시내 중심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컴퓨터 같이 자주 사지 않으면서도 고가인 제품은 아무래도 임대료가 싼 곳에 매장을 운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잡스는 이 같은 통념에 반대했습니다. “우리 매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사람들이 들어올테고, 제품을 보여줄 기회만 있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이 같은 전략의 바탕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2001년 애플스토어가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미국 언론이나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애플이 값비싼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실 겁니다. 애플스토어는 흥행을 거듭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2004년 매주 5400명의 방문객이 오가는 곳이 되었고, 1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소매업 최초 10억달러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초의 매장이 문을 연 지 10년만인 2011년 애플스토어들의 평균 방문자수는 주간 1만7600명이고, 평균 수익은 3400만달러를 기록했고요. 2010 회계연도의 애플스토어 순매출 총액은 98억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잡스는 “제곱미터당 수익으론 애플스토어가 세계에서 최고”라고 자부했다고 합니다. 암 투병 중에도 새로운 애플스토어를 구상했을 정도로 애플스토어에 애정이 대단했습니다.

잡스의 말은 사실입니다. 지난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시장조사 전문업체 이마케터와 손잡고 미국 직영 소매점들의 1평방피트(0.1㎡)당 매출을 조사했는데요. 애플스토어가 4798달러로 1위를 차지했거든요. 2위를 차지한 보석판매점 티파니(3132달러)보다 53%나 많은 매출을 보였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애플의 명품 전략에 애플스토어의 기여도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높지만, 우수한 디자인과 사용성을 앞세운 애플의 제품들은 애플스토어의 고급스러운 매장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애플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이 매장이 주는 브랜드 효과와 인지도 증대 효과 또한 못지 않게 컸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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